[단독 인터뷰]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 "한국은 전후 재건 경험 있는 모델"

2023-11-11 17:02
한국, 성공적 전후 재건 경험이 있는 우크라의 모델
우크라 재건 작업에 한국 기업들 도움 절실
르비우, 후방 지원 중심지이자 유럽과의 관문…다른 도시들에 재건 모범 돼야
한국 사람들의 우크라 지지에 감사

안드리 사도비 우크라이나 르비우 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도 어느덧 2년 가까이 흘렀다. 우크라이나는 침략국인 러시아에 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책당국자들은 전후 재건 및 미래 계획 설계를 위해서도 치열한 씨름을 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초청으로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을 포함, 20명의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방한했다. 사도비 시장은 방한 일정 중 아주경제신문과 스마트산업진흥협회(SIPA), 아시안스퀘어의 공동 요청으로 10일 아주경제신문 본사를 방문해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우크라이나 최서단에 있는 르비우시는 러시아와의 전선이 있는 동쪽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폴란드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후방 지원 기지의 중심지이자 유럽과의 연결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르비우시는 시내 역사 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우크라이나의 문화 중심지이기도 하다. 사도비 시장은 르비우의 이러한 입지 조건을 바탕으로 향후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다음은 사도비 시장과 일문일답


Q: 한국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린다.
A: 먼저 이번에 한국으로 초청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한국은 내게 큰 감흥을 주는 나라이다. 훌륭한 국가이다. 한국 사람들은 엄청난 발전, 경제적 발전을 보여줬다. 한국은 우리나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모델이 되는 국가이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
 
안드리 사도비 우크라이나 르비우 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Q: 르비우시는 고딕 양식부터 현대적 건축까지 망라하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문화 중심지이자 민족운동의 중심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르비우시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린다.
A: 르비우는 우크라이나 문화의 수도, IT의 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르비우는 인도주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러시아 침공 기간 중 고향을 떠난 500만명의 난민들이 르비우를 거쳐갔다. 하루에 200만명의 난민이 몰린 적도 있었다. 르비우는 매일 다친 시민들, 어린이들, 여성들, 노약자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돌보고 있다. 우리는 르비우에 파괴되지 않는 인도주의 생태계를 세웠다. 유일한 시스템이다.

나의 임무는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다. 오늘도 3만명의 시민들이 도시를 지키고, 국가를 지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선에 나갔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많은 기업들이 르비우로 피신해왔다. 우리는 매우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우리의 독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들이다.

기자들이 자주 묻기를 전쟁 중에 어떻게 이런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냐고 한다. 우리 도시에 있는 10만명의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 가고 기업들은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다친 사람들을 돌본다. 현재 그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Q: 러시아의 침공으로 여러 도시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 르비우는 어떤 상황인가.
A: 러시아의 미사일이 종종 르비우를 공격한다. 마지막 대규모 공격이 있었던 것은 지난 여름이다. 당시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4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10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하지만 우리는 방공 시스템을 구축했고, 우리의 방공 시스템은 러시아 로켓포와 드론의 90%를 막아낼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전이다. 르비우에 있는 방산 클러스터에서 드론 및 대 드론 방어 시스템을 생산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 상황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이번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방한해서 LH  한국 기관들과 교통, 도시환경, 제로에너지 주택, 스마트시티 나은 우크라이나 리빌딩을 위한 재건협력 프로그램 도시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들었다. 르비우시는 어떤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 관계를 맺길 원하나.
A: 우리는 한국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LH 등 한국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산업단지에 대해 논의했다. 좋은 아이디어다. 우리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좋은 부지를 준비하고 있다. 또 우리는 삼성과 르비우에 병원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은 의료기기, 병원 분야에서 엄청난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는 많은 한국 기업들과 미래에 대해,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르비우는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르비우와 서울을 잇는 특별한 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드리 사도비 우크라이나 르비우 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Q: 올해 7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 국빈 방문 당시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기업 간담회' 개최하고 교통 인프라, 원전, 에너지, 스마트시티, 산업단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르비우시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고, 가장 필요한 재건 분야는 어떤 것인가.
A: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이 큰 행사에 나도 참석해 한국 기업들과 협약을 맺었고, 한국 관계 부처 장관과도 만나 교통 회랑(Transportation Corridor)에 대해 논의를 나누었다. EC(유럽위원회)는 새로운 교통 회랑 건설 방안을 수락했는데, 이는 유럽에서 시작해 우크라이나까지 이어지는 철도망으로 이 철도들은 모두 르비우를 통과하게 된다.

발트해에서부터 흑해까지, 그리고 (폴란드) 크라쿠프, 바르샤바, (오스트리아) 빈에서부터 키이우 및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이르는 철도들은 르비우를 통과하게 된다. 따라서 르비우는 교통 인프라, 그리고 산업 단지가 발전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다른 도시들을 위해 모범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큰 의무이다. 르비우는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들보다 안전하다. 르비우는 폴란드 국경에서 7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 기업들, 폴란드 기업들, 우크라이나 기업들에 있어 좋은 기회이다.


Q: 지난 7월에 삼성물산이 르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 맺는 한국 건설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한국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에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어떠한 부분에서 역할을 것으로 기대하나.
A: 한국 기업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유연하고 스마트하고 용감하다. 우리는 여러분의 조언이 필요하고, 여러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고, 우크라이나 개발에 대한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많은 중요 인프라를 파괴했다. 많은 파워 플랜트가 파괴됐다.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 기업, 튀르키예 기업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함께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는 용기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한국 기업들, 우크라이나 정부 그리고 우크라이나 기업들에 있어 좋은 기회이다.


Q: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뛰어드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현지 시장을 모른다는 리스크나 부담도 안고 있다. 협력이 단순히 MOU 그치는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어떠한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그리고 르비우시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확대를 위해 어떤 부분 등을 지원할 계획인지 말해달라.
A: 우선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매우 특별한 시기이다. 독재 체제, 전체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가 싸우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두 가지 부분이 있다. 하나는 우리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재건하는 과정이다. 재건 과정은 쉽지 않다. 우선 우리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실행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나는 우리가 한국 기업들과 함께 시작한다면 실질적인 결과를 매우 빠르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많은 나라에서 많은 기업들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용감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용감하다. (한국 기업들이) 르비우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 우크라이나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

르비우는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다. 10만명의 르비우 학생들이 매일 학교에 간다. 이게 좋은 예이다. 한국은 훌륭한 (전후 재건) 역사를 갖고 있다. 쉽지 않았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독립을 성취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할 때만이 승리를 이룰 수 있다.
안드리 사도비 우크라이나 르비우 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Q: 이번 방한에서 한국에 대해 느낀 인상 소감은 어떠한가.
A: 놀라운 문화, 용감한 사람들, 그리고 매우 스마트한 기업들. 이것들이 내가 받은 첫인상이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지만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다음에는 보다 나은 재건 협력을 위해 다른 부서에 있는 나의 동료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하고 싶다. 의료, 교육, 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미래를 같이 건설해야 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하고 있고, 우리는 러시아를 상대하고 있다.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한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의 경험이 함께한다면 우리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Q: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 지지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의 지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지지에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러분의 지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승리를 확신한다. 우리는 승리를 같이 이루어야 한다. 승리뿐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사랑한다. 감사하다.


사도비 시장은 인터뷰를 마친 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팔을 잃은 '세르히'라는 병사의 이야기를 담은 ‘언브로큰(Unbroken, 파괴되지 않는)'이라는 영상을 보여줬다. 사도비 시장은 이 병사가 팔을 잃었음에도 의수를 장착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며,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의 피해에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재건을 통해 미래를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