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00만개 경기영상 분석해 적합한 e스포츠 인재 찾죠"

2023-11-09 18:20
토마스 에써 SAP 글로벌 스폰서십 디렉터
AI 클라우드 분석 지원…선수 역량 파악에 용이

토마스 에써 SAP 글로벌 스폰서십 디렉터가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SAP코리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SAP코리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클라우드와 데이터 저장·분석 등 기술 강점을 앞세워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e-스포츠 구단을 후원함과 동시에 파트너사로 확보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e-스포츠가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시아 등이 주요 목표 국가다.

토마스 에써 SAP 글로벌 스폰서십 디렉터는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SAP코리아에서 취재진을 만나 "e-스포츠는 당사의 기술 혁신을 잘 선보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이같은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SAP는 다음 달 19일까지 열리는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한 '팀리퀴드' 구단을 5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팀리퀴드는 SAP 고객이기도 하다. 게임 경기 준비와 팀·선수 경기 성적 분석, 선수 영입 등 부문에서 SAP가 제공한 맞춤형 솔루션을 활용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팀리퀴드는 적재적소에 새 선수를 투입하고 있다. SAP는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소에 보유한 세계 성적 상위 게이머인 6만5000명의 '솔로 큐' 경기 영상을 분석해 필요한 인재를 추린다. 솔로 큐는 게이머가 사전 팀 구성없이 무작위로 롤 경기에 배치, 5대 5 경기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팀리퀴드는 600만개가 넘는 경기 영상 데이터를 원하는 순간에 활용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비공식적인 과정으로 진행돼 제때 선수 투입이 어려웠던 아날로그식 인재 영입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에써 디렉터는 "과거엔 선수 인맥 또는 추천에 의존해 신규 인력을 발굴해야 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일관성이 부족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대한 양의 솔로 큐 경기 자료를 SAP 클라우드로 실시간 처리하고 있다"며 "선수 개개인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더 유망한 선수를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SAP가 특히 눈여겨보는 시장이다. 국내 게임 시장 매출은 73억3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 e-스포츠 매출도 9200만 달러(약 26억원)나 된다. 페이커 등 국내 유명 게이머의 활동이 돋보이고, 유럽 등에 비해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높다.

실제로 국내 한 e-스포츠 구단이 SAP와 접촉해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써 디렉터는 "당사에 접근하는 한국 팀은 있지만,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e-스포츠 구단 고객의 편의성 향상을 위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