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기조에 내년 실손 인상률 '촉각'…10% 안팎서 '당국 vs 보험사' 기싸움 펼치나

2023-11-09 15:00
당정, 올해 인상률 8.9%보다 낮게 요구할 듯
2년간 12~14% 가져간 보험권…10%로 타협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최근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료의 내년 인상률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상품군 모두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금융상품이다. 보험권 일각에선 10% 인상률 안팎에서 당국·보험사간 실손요율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을 확정시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매년 위험 손해율이 100%를 상회하는 등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최근 5년간 △2018년 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2020년 2조5009억원 △2021년 2조8580억원 △2022년 1조5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위험 손해율은 117.2%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7.2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이에 당국과 정치권이 최근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손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흑자가 유지돼 최근 인하를 요구했지만, 적자가 이어지는 실손의 경우 무조건적인 인하를 강요할 수 없어서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당정이 올초 실손 평균 인상률이던 8.9%보다는 요율을 낮게 요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정이 전년보다 개선된 성과를 도출해 내려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보험업계가 올해 새 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 상반기 보험업계는 9조1440억원 순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권의 순익(8조969억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방어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적자가 커짐에 따라 지난 2년간 10% 이상의 인상률을 가져간 바 있다. 지난 2021년 실손 인상률은 12%, 2022년에는 14.2%를 기록했다. 보험업계는 향후 10년간 실손보험이 112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실손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 손해율은 166.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년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연평균 13.4%인 반면, 보험금은 연평균 16.0% 증가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한 소수 과잉 의료 이용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내년도 인상률이 결정되어야 함에 따라, 앞으로 2개월여간 당국과 보험업계의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양측의 평행선이 지속될 경우 10% 인상률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에 보험료가 적게 오르면 소비자들에게 이로워 보일 수 있으나 적자가 이어지면 실손 가입 장벽이 높아지거나 실손 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기존 30여 개에 달했던 실손 판매사가 현재는 절반가량 남은 상태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건강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 판단 후 가입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신규 가입 제한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당정이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