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독일은 어떻게 산림 최강국이 됐나
2023-11-09 05:00
대한민국 '산림 르네상스'를 위한 5가지 제언
“숲과 나무는 독일에서 자동차산업 다음으로 큰 산업이다. 탄소중립과 지구온난화로 숲과 나무가 더욱 중요해졌다. 숲은 깨끗한 산소 제공과 이산화탄소 포집, 물을 머금어 산사태를 막고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인간에게 임산물과 힐링·건강을 제공하는 최고의 장소다.”
독일 바이에른주 산림청 헤르베르트 보르헤르트 박사, 임업부 크리스토프 나이첼 박사 등 산림전문가들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산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독일 최고 자동차산업과 비교한다. 50년 전인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은 ‘국토녹화’를 내걸고 독일에서 산림전문가·기술·재정을 지원받았다. 이후 100억그루 이상 나무를 심어 민둥산에서 국토 63%가 숲으로 변한,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림 성공 역사를 썼다. 올해 다시 새로운 산림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우리 숲나무 활용과 독일을 비교하면 독일이 앞서간다. 먼저 숲 면적이 독일은 1108만 헥타르(㏊), 우리는 630만㏊다. 독일 숲에는 나무가 빽빽해 ㏊당 임목축적량이 321㎥로 900억 그루가 자라고, 우리는 165㎥에 71억 그루가 자란다. 우리 국토 63%가 숲이지만 목재 85%를 수입에 의존한다. 독일은 국토 32%가 숲이면서 거의 자급하고 있다. 이는 목재 생산량에서 잘 나타난다. 독일은 연간 목재 생산량이 6803만㎡지만 우리는 16분의 1인 420만㎡에 불과하다. 또한 독일은 산림 종사자 110만명이 매출액 224조원을, 우리는 61만명이 매출액 160조원(수입 포함)을 올리고 있다. 또한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로 목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이르고, 우리는 약 13.9%에 불과하다.
대한민국과 독일의 산림경영에서 가장 큰 차이는 독일은 지속적으로 숲을 가꾸는 데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는 산림 조성에는 성공했지만 독일만큼 숲과 나무를 지속적으로 가꾸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물이 있다. 숲을 가꾸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 수종을 교체하고 숲길(임도)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보르헤르트 박사는 이 같은 환경단체들 반대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독일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벌채에는 반대하지만 숲 가꾸기와 숲길 건설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숲길은 ㏊당 54.4m인 데 비해 한국은 ㏊당 겨우 3.97m에 불과하다. 숲길이 부족하다 보니 산불 진화에 고충이 크고 동식물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막고 있다. 숲을 잘 가꾸고 숲길이 잘 건설된 독일에서는 산불이 거의 나지 않고, 산불 규모도 우리에 비해 아주 미미하다. 반면 우리는 자주 산불이 나고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잡목과 덩굴로 인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산불 진화에 드는 비용도 막대하다. 그 돈으로 숲과 나무 가꾸기에 투자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독일이 왜 산림 최강국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10월 8~14일 연방정부 임업부, 남부 바이에른 주정부 산림청과 숲 현장을 찾았다. 그 결과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먼저 잘 정립된 산림 철학과 문화다. 3세기 동안 독일은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내걸고 꾸준히 가꾸고 관리해왔다. 우리가 ‘농업’이라고 번역하는 그리스어 ‘아그리컬처(Agriculture)'는 ‘가꾸다’와 ‘문화’의 합성어다. 독일 등 서구에서 산림경영도 ‘가꾸는 문화’라고 표기한다. 숲과 나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11월 한 달을 숲 가꾸는 기간으로 정했다. 산림과학원이 “숲을 가꾸면 나무 42%와 이산화탄소 포집이 42% 늘어나고, 물을 머금었다가 공급하는 물량도 43% 늘어나면서 산불 발생도 31% 감소시킨다”고 발표했다.
셋째, 숲과 나무 가꾸기에 디지털·신기술 활용이다. 독일은 인공위성을 발사해 숲을 모니터링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부응하기 위해 산림경영에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앱,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전 국민 누구나 숲 정보와 더불어 숲을 방문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2개(www .waseg.de, www .treffpunktwald.de)를 운영한다. 숲 상태를 파악하는 디지털 모니터링도 한다. 앱(zelnsekt)을 개발해 공유하면서 빨간색은 목재 벌채 현장, 노란색은 목재 이동, 파란색은 목재 축적 장소 등으로 산림 종사자들이 활용한다. 우리 산림청도 디지털 강국답게 다양한 앱과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넷째, 독일 정치지도자들의 숲과 나무에 대한 사랑과 다양한 산림 정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연방공화국 초대 총리를 지낸 콘라드 아데나워는 용의계곡(Drachenfels) 아래 숲속 주택에서 살았다. 14년 동안 총리로 재직하면서 총리관저에 살지 않고 조그마한 자택에서 출퇴근하면서 강한 독일의 토대를 쌓았다. 비전의 정치가이자 통일의 씨앗을 뿌린 빌리 브란트 총리 역시 인근 5㎞ 떨어진 작은 산속 도시에서 살았다.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는 휴가를 꼭 숲속 산장에서 보내면서 책을 읽고 명상하면서 정국 구상을 했다. 바이에른주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 학년 학생들이 숲을 방문하는 날을 정해 실천한다. 숲을 찾아 동식물을 보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또한 남부 알프스 혹은 주위 산에서는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트레킹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가족애와 심신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연방국가 운영 방식이다. 세계 13위인 우리 GDP(1조7092억 달러)보다 2.5배(4조4298억 달러) 많은 세계 3위 독일 연방정부의 2023년 예산은 4763억 유로(약 670조1541억원)로 한국 정부 예산인 638조7000억원과 거의 비슷하다. 반면 한·독 주정부 예산을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바이에른주 2023년 전체 예산이 99조8900억원인데 경상북도 예산은 12조821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은 주가 온전한 지방정부로서 인사권·예산권·법률권뿐만 아니라 교육, 경찰, 방송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연방국가로서 전국에 골고루 투자하고 활용하는 차원에서 숲과 나무 가꾸기에 많은 예산과 인력을 적극 투입해 산림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대한민국이 미래 숲 최강국으로 가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이철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경북도지사)은 ‘산림 대전환’을 말한다. 독일을 탐방한 필자는 5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적극적인 숲과 나무의 경제적 활용이다. 숲과 나무를 적극 가꾸어 목재 신재생에너지 활용, 목재 건축 강화, 목재 랜드마크 건설 등이다. 목재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29층 목재빌딩 ‘Roots’처럼 우리도 목재빌딩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이다. 둘째, 임산물 특구와 수출 강화다. 우리가 독일 숲 활용보다 앞서가는 부문이 임산물 생산과 숲의 휴양림·치유원 등 힐링 공간 활용이다. 2022년 임산물 총 매출액이 7조원을 넘어섰다. 임산물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해 버섯, 오미자 등 10대 생산특구를 지정해 수출을 높이는 전략이다. 유럽에서 육류 대체재로 버섯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셋째, 글로벌 숲스토리·영상제 개최다. ‘부산영화제’처럼 국제 차원에서 숲과 나무 스토리·영상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 넷째, 210만명 산주들의 성공이다. 숲과 나무를 적극 가꾸어 이익 창출이 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림청을 ’숲과나무부‘로 승격하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산림청이 임업부로 거듭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산림 최강국으로 가는 컨트롤타워를 말한다. 숲과 나무의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김택환 필자 소개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4차 산업혁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해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정치학·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에서 30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