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5명 중 1명 "임금 못 받아"…경사노위서 해결책 찾아야

2023-11-07 12:57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0년차 통역사 A씨는 얼마 전 '턱을 괴었다'는 이유로 보수를 반 밖에 받지 못했다. A씨는 "5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트집을 잡혀 25만원을 받았다"며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통역업계가 좁아 평판 악화가 우려돼서다. A씨는 "자료를 미리 주지 않고 바로 통역을 시켰는데, 버벅댔다는 이유로 보수가 깎인 적도 있다"고 했다.

# 요가강사 B씨는 사설 체육시설에서는 일하지 않는다. 과거 사설 체육시설에서 일했다가 시설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B씨는 "당시 급여를 겨우 받아냈다"며 "지금도 종종 이런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설 요가원에서 강습하는 동료들 중 카운터를 지키거나 시설 청소를 하는 등 잔업무도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프리랜서 5명 중 1명은 보수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아예 못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랜서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재개 등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함께 법적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랜서 33% "미수금 문제 해결 필요"
한국노총이 7일 발표한 프리랜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보수 지연 또는 미지급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0.9%에 달했다. 경험은 1건에 그치지 않았고 연평균 2.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6.9%는 클라이언트에게 항의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는 만화·웹툰, 강사, 방송·광고 등 영상, 통번역, 출판·디자인 업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10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프리랜서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은 미수금 문제 해결 지원(33.7%)이었다. 계약서 검토, 법률 자문 등 상담 지원(21.5%)이 뒤를 이었다. 계약서 작성을 통한 계약체결은 프리랜서가 법정 분쟁시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거부 등으로 구두계약이 만연화된 상황이다. 박현호 프리랜서 권익센터 운영위원은 "보수 지연과 미지급은 프리랜서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불공정 거래행위"라며 "이에 대한 법적 보호가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 증가 추세…"노사정 함께 논의해야"
프리랜서 규모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추정한 결과 지난해 프리랜서 규모는 약 406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395만7000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프리랜서 과업이행 과정 피해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최근 3년 사이 프리랜서 조사결과 중 계약 및 과업이행 과정 피해는 계약, 보수 문제"라며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는 현재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보수를 받지 못할 경우 노동청 신고도 어렵다. 자영업자와 달리 사용자 지시와 감독을 받고 일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는 돈을 받지 못하면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며 "프리랜서는 근로자성이 있고 소송에 나설 여력이 부족할 수 있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재개로 노사정이 함께 논의할 경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현재 한국노총 경사노위 참여 중단으로 프리랜서 보호방안 등을 논의하는 '의제별 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주요 경제 주체들 간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근로자성 인정과 법적 보호책 마련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