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勞)퀴즈] '연차사용계획서' 내라는데…연차 꼭 써야 할까요?

2023-11-06 17:30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육아휴직은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노동문제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노동 관련 궁금증을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편집자주>

# 얼마 전 회사에서 '연차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간 사용하지 않은 연차를 언제 쓸 것인지 정하라는 내용이었어요. 전 연차를 쓰는 대신 수당을 받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직장인 문모씨)


안타깝게도 회사에서 '연차사용촉진제'를 도입했다면 연차수당을 받을 수 없다. 다만, 회사 여건에 따라 연차사용촉진제를 도입했더라도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어,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연차사용촉진제는 무엇일까?

연차사용촉진제는 사용자가 근로자 연차사용 촉진을 위해 연차사용 기간이 만료되기 전 근로자에 연차를 사용하도록 알리는 제도다.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르면 연차사용촉진제를 도입한 사용자는 연차사용 기간 만료 6개월 전 기준 10일 이내에 남은 연차일수를 공지해야 한다. 근로자가 사용시기를 정해 연차사용계획서 등을 제출하도록 촉구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가 연차사용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연차사용 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연차사용 시기를 정해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연차사용촉진제는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위해 마련됐다. 신동헌 에이플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근로자들은 휴식권 보장이 강제돼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회사는 연차수당을 절감하는 효과를 본다"며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차사용촉진제 도입 기업은 증가 추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2023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62.2%가 올해 연차휴가 사용 촉진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1년 전(58.1%)보다 4.1%포인트 늘었다. 직장인 조모씨(27)는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연차사용에 눈치가 보일 때가 있는데, 연차는 휴식권을 보장해 업무의 능률도 더욱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연차 중 일부만 연차사용촉진 적용하기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문씨처럼 연차를 모두 소진하지 않고 일부를 수당으로 지급받길 원하는 근로자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회사가 연차사용촉진제를 도입했더라도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노사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연차 15일을 지급해야 한다. 정민혁 프렌드인사노무에이전시 공인노무사는 "15일 중 10일만 연차사용촉진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임단협을 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신문은 임단협을 통해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연차일수를 15일에서 10일로 줄였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근로자가 일하고 싶은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다양한 연차 활용 방법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연차를 쪼갠 '반차', 반차를 쪼갠 '반반차' 제도를 시행하는 식이다. 반반차는 4시간인 반차를 나눠 2시간 단위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현대차증권, 세아상역, 뮤직카우 등이 반반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 노무사는 "반반차는 근로자들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며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용자 지정 연차 사용 못하면 회사 책임
회사가 연차사용을 촉진했음에도 근로자가 연차사용 시기를 정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시기를 정해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여건에 따라 지정한 날에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직장인 김모씨(32)는 "지정한 날에 연차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팀원들이 적어, 사정이 생기면 서로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잦고 업무 특성상 일정이 자주 변동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근로자가 연차일에 근로를 거부할 수 있는 '노무수령 거부' 절차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신 노무사는 "회사가 지정한 날에 출근 시 근무로 볼 것이냐 아니냐가 법에 없고 각 개별사안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결론을 알 수 없어 '무늬만 촉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염하영 동화노무법인 노무사도 "근로자 입장에서 일이 바쁘다는데 연차를 이유로 일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회사는 연차사용촉진제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염 노무사는 "근로자가 사용자가 지정한 연차일에 출근해 근로를 제공할 경우 보상의무가 있다"며 "최근 법원에서 근로자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상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차는 입사일 기준으로 지급돼 사용자가 근로자마다 연차사용촉진을 공지해야 하는 시기가 다르다"며 "취업규칙을 통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차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