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머리카락 40분의 1' 선폭을 만들다…'패키지기판 전초기지'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가보니

2023-11-05 11:02
축구장 24개 크기 '삼성전기 세종사업장'…미세 가공, 미세 회로 등 세계 최고 기술 보유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기자단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유난히 해가 쨍쨍했던 지난 2일. 서울 중심부에서 약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삼성전기의 세종사업장이었다. 버스로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맞이한 건 '파란색 스티커'를 든 직원이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카메라까지 완벽히 가리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전초기지답게 철저한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란 의미다.
 
세종사업장은 삼성전기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패키지기판 단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핵심 기지다. 축구장 24개 크기에 달하는 17만5200㎡(약 5만3000평) 대규모 부지에 약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력 생산 제품은 모바일용 반도체 패키지기판이다. 이외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부터 메모리 반도체, 통신 모듈, 전장용 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패키지기판을 다양하게 만든다.
 
임승용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단지장(부사장)은 “공장은 크게 4개인데, 사업장 내 과거 공원이었던 부지를 현재 신규 공장을 짓고 있어 총 5개가 될 것”이라며 “좀 더 고다층화, 미세화된 차세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고, 내년 5월 정도 완공해 일부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사업장에선 1991년부터 패키지기판 사업을 시작했고, 부산은 그 이후인 1999년”이라며 “작년 전체 패키지기판 매출 2조원 중 1조2500억원이 세종에서 나왔고, 베트남은 내년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양산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FCBGA는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하나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반도체와 메인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핵심 부품이다. 고성능일수록 미세 가공 기술과 미세 회로 구현이 중요한데, 삼성전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1 수준인 3마이크로미터(㎛) 회로 선폭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내 직원이 설비를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이날 둘러본 4공장은 패키지기판 생산 중에서도 1층과 2층에서 각각 적층, SR공정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특히 일부 노란색 빛을 띠고 있던 클린룸 주변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각종 설비 안에서는 패키지기판이 옮겨지며 직원 없이도 작업이 진행됐다.
 
마치 사람의 팔처럼 생긴 다관절 로봇은 노광 작업이 끝난 패키지기판을 하나씩 들어 현상 설비 안으로 계속 집어넣고 있었다. 이후 현상액과 물을 뿌리는 등 설비 안에서 자동 작업이 착착 이뤄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수직으로 이어지게 구성하기 어려운 구간이기 때문에 다관절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며 현상 작업에서 물을 뿌리는 이유에 대해 “물로 잉크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업장 내부가 노란색과 하얀색 빛으로 구간이 나뉜 것과 관련 “빛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형광등에도 파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종사업장만의 차별화 기술인 ‘임베딩(Embedding)’ 기술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심규현 삼성전기 패키지세종제조기술 팀장(상무)은 “임베딩 기술은 클린룸에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직접 보기는 어렵다”며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 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로서 전력 손실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국내 기판 업체 중 삼성전기만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