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버스, 굉음 속에 '고속도로' 질주...안전 불감증 여전 탑승객 불안 증폭

2023-11-06 00:00
운영회사 경기고속, 안전관리 도마 위...이용객 비난 '쇄도'
담당 지자체는 모르쇠로 일관...회사 측은 궁색한 변명만

경기도 사패산 터널 인근에서 고장 난 앞차 승객을 태운 경기고속 공항버스가 김포공항 국제선에서 승객을 하차시킨 후 국내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경기도와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경기고속 공항버스 일부가 자주 고장을 일으키면서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으나 담당 지자체는 모르쇠로 일관해 ‘봐주기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회사 공항버스는 고속도로 운행 도중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터널 인근에서 정차하는 등 대형 안전사고 발생 우려로 탑승객이 공포감을 느끼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더 철저한 안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공항버스 운영 업체인 경기고속 측은 신차를 사려 해도 제조사들이 출고를 지연하고 있다는 등 궁색한 변명에만 급급할 뿐 대책 없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기도와 이용객들에 따르면 도내에는 현재 각 시·군에 1개 노선을 비롯해 모두 52개 노선에서 경기공항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차지하고 있는 노선이 분당, 광주, 여주, 이천 등 60-70%를 독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양주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까지 운행하는 노선에서 올 하반기 들어 알려진 고장만 모두 3차례로, 운행 도중 고장으로 인해 탑승객들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는가 하면 비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 택시를 타고 황급하게 공항으로 향하는 등 큰 불편을 초래했다.
 
​◆고장 횟수, 전국적으로 추산하면 대폭 증가 추정
이용객들은 이는 1개 노선에서 확인된 고장 건수에 불과해 전국적으로 전체 고장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던 경기고속 A8844번 공항버스가 사패산 터널 인근에서 멈춰서 10분간 승객 수십 명 발이 묶였으며 이 중 일부 승객은 다른 버스로 옮겨 타고 인천공항까지 서서 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 같은 달 11일 오전 7시께 같은 경기고속 공항버스가 김포공항 도착을 10분가량 앞두고 김포IC 인근에서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돼 승객 10명이 출근길에 ‘교통대란’을 경험했다.

당시 승객들은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했고 일부는 택시로 갈아타는 등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앞선 지난 6월 27일에는 또 다른 경기고속 공항버스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굉음을 냈고 이어 김포공항 앞에서 갑자기 멈춰서 승객들은 공포 속에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당시도 승객 20여 명은 뒤따라오던 다른 공항버스로 옮겨 타 목적지인 인천공항까지 가야만 했다.

고장 사고는 주로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출근 시간에 발생했으며 사고가 나면 승객 일부는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지각 사태를 모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장 원인, 노후화와 정비 불량···대형사고 우려 ‘증폭’
이들 사고 대부분이 모두 버스 고장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버스 노후화와 정비 불량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인됐고 이는 고스란히 승객 불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담당 지자체들은 고장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사태 파악조차 못하는 등 책임 회피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용객들에게 질책을 받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장 사고가 일어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담당 지자체에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그 외 작은 사고들은 버스 업체에서 자체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장 등을 이유로 업체에 버스 교체를 요구할 수 없다”며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인 정비 불량은 업체 측에 개선하도록 계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항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당국, 공항버스 안전운행···근본대책 마련해야
이처럼 담당 지자체가 사고 책임을 버스 업체에 돌리고 있지만 앞으로 일선 지자체와 버스 업체 모두 안전 의식과 감시 체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경기공항버스 고장으로 출근길에 불편을 겪은 바 있는 김모씨는 "이유야 어찌 됐든 인천공항 개청 계기로 20년 이상 운행했고 동북아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을 오가는 버스에서 이렇게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며 ”승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담당 지자체가 안전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이모씨는 “이런 사고가 잦으면 승객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버스를 이용하겠느냐"며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경기고속 운영 업체인 KD 운송그룹 관계자는 “일주일에 두 차례 차량을 정비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며 “고장이 잦은 차량을 신차로 교체하려 해도 제조사 측 출고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버스 관계자는 "내년부터 공항버스와 고속·시외버스 노선에 대해 노후 차량을 교체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항버스는 14일이 만근이라 시내버스 만근인 12일보다 길어 급여 차이가 나다 보니 버스 기사 지원자가 없어 인력 수급이 안 돼 세워두는 차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항버스는 배차 시간이 긴 데 비해 인력이 부족해 차량을 다 운행하지 않고 있어 서비스 불만이 많다"면서 "경기고속은 인력 수급과 차량 노후화, 근무일수 문제 등을 시급히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는 감축 운행···원성 사기도
한편 경기고속 측은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항 이용 승객이 대폭 줄어들자 운영상 어려움을 빌미로 도내에서 운행 중이던 노선에 대한 운행 횟수를 대폭 줄이는 등 감축 운행으로 이용객들에게 원성을 샀다.

경기고속 측은 당시에 도내 51개 노선 중 26개 노선에 대해 운행을 중단했으며 코로나19 전에 311대가 하루 873회 운행했지만 이 시기에는 62대가 186회만 운행했다.

현재 경기공항버스 차량은 대략 150대가량 있는데 코로나19 등으로 운행하지 못하고 그냥 세워둬 차량이 노후화하고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차량 고장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