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버킷리스트인 한강 횡단 이뤘죠"...경기 아닌 축제, '쉬엄쉬엄 한강 3종'

2024-06-02 12:41
경험자·초심자 입모아 "경쟁보다 즐겨"
레일·안전요원 배치.."완주에만 집중"
오세훈, 이틀 연속 참가..."한강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

2일 ‘제1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가 전날 열린 가운데 수영 상급자 코스(잠실수중보 남단~북단 약 1㎞) 종착지인 잠실대교 북단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경기가 아니라 축제죠 축제."(원모씨·40대·노원구 월계동)
"한강 횡단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오늘 이뤘어요."(이모씨·34·영등포구)


2일 오전 10시경 잠실대교 북단. 시민들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한강을 가로질러 뭍으로 올라왔다. 전신 다이빙 수트부터 형형색색 패션 수영복까지. 남녀 가리지 않고 나이대도 다양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이틀째 철인 3종 경기 첫 코스는 수영이었다. 이들은 잠실 수중보 남단에서 북단까지 약 1㎞를 수영으로 횡단해야 하는 상급자 코스를 선택했다. 한강 횡단을 무사히 완주한 시민들 얼굴에는 서둘러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한다는 초조함 대신 뿌듯함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순위를 겨루는 데 초점을 둔 경기가 아닌 '축제'였다. 철인 3종 경기에 자주 참여해온 경험자들이 축제 분위기를 더 잘 느꼈다. 40·50대 수영 모임 '월사모(월계동을 사랑하는 모임)'을 이끄는 박모씨(50대)는 "회원들과 핀수영 대회도 자주 나가는데 오늘은 즐기러 왔다"며 "안전 요원도 있고 해서 처음 한강 횡단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날 축제를 통해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이씨는 "어머니가 먼저 한강 횡단을 하셔서 버킷리스트가 됐다"며 "처음이라 무서웠다. 한 달간 연습하고 왔는데 막상 오니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모씨(65)는 딸에게 '인증샷'을 찍어주면서 "10여 년 전에 한강 횡단을 완주했는데 딸이 해내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뿌듯해했다. 

철인 3종 경기가 취미라는 현모씨(34·경기 고양시)도 이날만큼은 축제를 즐기러 온 마음가짐이었다. 현씨는 "날씨도 좋고 레인도 잘돼 있어서 재미있게 완주했다"며 "기록도 재지 않고 안전에만 집중하는 환경이라 쉬엄쉬엄 놀려고 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초심자도 수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 '안전 요원'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서울시는 철인3종협회와 함께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8차례 입영훈련·수상인명구조 모의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현씨는 "레인이 설치돼 있는 등 통제된 환경에서는 유속이 빨라서 떠내려 갈 뻔했는데 안전 요원이 잘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한강 횡단을 마치고 탈의실에 줄을 서 있던 원씨는 "기록 경쟁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왔다"며 "첫 번째 코스인 수영을 마쳤으니 3종 모두 안전하게 마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신 수트와 오리발을 갖춰 입고 상급자 코스에 도전했다. 오 시장은 "오늘 처음으로 한강을 종단해봤는데 생각보단 길었지만 한강 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깨끗했다"고 완주 소감을 전했다. 그는 축제 첫날인 전날에는 수영 300m를 시작으로 상급자 코스 자전거(20㎞)와 달리기(10㎞)에 참여했다.

이번 축제는 시민들이 여유롭게 한강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다. △초급자 코스 수영 200m(뚝섬한강공원 야외 수영장) 또는 300m(안심생존 수영교육지원센터), 자전거 10㎞, 달리기 5㎞) △상급자 코스(수영 1㎞, 달리기 10㎞, 자전거 20㎞)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는 "2개 부문에 1만명이 경기에 참가하는 등 총 10만명이 축제 현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제1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가 열린 가운데 상급자 코스인 수영 1㎞(잠실수중보 남단~북단)에 참여해 한강을 건너다 중간 쉼터인 모래톱 위에서 참가 시민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