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유국' 말련은 체질개선 중…SKC-사바주(州) '위드 코로나'한 사연
2023-11-05 14:13
지난 2일(현지시간) 찾은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의 한 주유소. '1리터당 2.15링깃(약 596.43원)'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평균 휘발윳값보다 3배가량 저렴한 탓이다.
산유국인 말레이시아는 저렴한 유류비 덕에 자차를 이용하는 인구가 많다. 단순 조립 업체이긴 하나 프로톤과 페로두아 등 로컬 브랜드가 내수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코타키나발루 도로 곳곳에서는 동남아에서 흔하다는 일본차를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코타키나발루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업 위축에 위기를 느꼈다. 2019년만 해도 꽉 차서 가던 인천발 코타키나발루행 비행기는 '코로나 종식 선언'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빈자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2일 방문한 코타키나발루 공단(KKIP) 사무실에서 풍진제(Phoong Jin Zhe) 사바주 산업부 장관을 만났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오가며 '투자 세일즈'에 한창인 와중에도 짬을 내 기자들을 반겼다. 1989년생 젊은 장관인 그가 기자 출신인 이유도 있지만 사바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한 SKC에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인 말레이시아는 저렴한 유류비 덕에 자차를 이용하는 인구가 많다. 단순 조립 업체이긴 하나 프로톤과 페로두아 등 로컬 브랜드가 내수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코타키나발루 도로 곳곳에서는 동남아에서 흔하다는 일본차를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코타키나발루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업 위축에 위기를 느꼈다. 2019년만 해도 꽉 차서 가던 인천발 코타키나발루행 비행기는 '코로나 종식 선언'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빈자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2일 방문한 코타키나발루 공단(KKIP) 사무실에서 풍진제(Phoong Jin Zhe) 사바주 산업부 장관을 만났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오가며 '투자 세일즈'에 한창인 와중에도 짬을 내 기자들을 반겼다. 1989년생 젊은 장관인 그가 기자 출신인 이유도 있지만 사바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한 SKC에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풍진제 말레이시아 사바주 산업부 장관 [사진=사바주 산업부]
이날 풍진제 장관은 취재진에 "연방정부와도 합심해 SK만을 위한 베네핏을 '디자인'했고, SK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줬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연방주는 팬데믹 기간 국가 경제회복계획(PENJANA)에 따라 첨단 기술과 관련한 투자에 각종 혜택을 줬다. 특히 코타키나발루가 있는 사바주는 다른 주와 비교해 더 많은 석유 및 천연가스, 팜유 등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업 비중이 높은 탓에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 코로나19가 닥치자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고, 제조업 및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해졌다.
사바주와 SKC 측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년간 법인세 100% 감면과 전깃값 최저 요금 적용 등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기간 1조2000억원을 들여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SKC로서도 동박 생산 안정화는 중요했다. 수조원을 쏟은 상황에서 곳간은 비었지만 부지런히 동박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과 대만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바주는 첨단산업으로의 체질 개선, SKC는 생산력 극대화라는 양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배경이다. SKC는 2021년 1월 말레이시아 공장을 짓기로 했고, 현재까지 쏟아부은 금액만 약 9000억원이다.
현장에는 한국의 코트라 격인 말레이시아 투자진흥청(MIDA) 관계자도 자리했다. 조셉 벤자민(Joseph Benjamin) MIDA 사바주 디렉터는 "한국 기업이 EV(전기차)나 재생에너지 등 최첨단 기술을 사바주로 가져오는 만큼, 주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다"며 "기업이 우리에게 연락을 주면 원스톱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부지 선정부터 설비 운송 등 전 과정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SKC에 따르면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투자가 결정된 지 7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환경 규제가 엄격하고, 행정절차가 느리다고 유명한 말레이시아에서는 불가능한 속도였다.
앞서 SK넥실리스 공장에 각종 설비를 들이기 위해서 말레이시아 10개 정부 부처가 동원되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 현지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대형 트럭으로 나르기 위해서다. 현지 경찰은 세팡가르 부두에서 공장까지 이어지는 약 13km 길이의 도로를 폐쇄하고 인근 전력까지 차단했다.
물론 보이지 않는 SK넥실리스 임직원의 노고도 있었다. 신동환 법인장을 비롯해 2021년 말레이시아로 자리를 옮긴 SK넥실리스 직원은 20여 명 정도다. 이들이 꼽는 가장 그리운 '고향맛'은 컵라면이라고 한다. 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라면은 감칠맛을 내지 못해서다.
이 중 한국에 가족을 두고, 말레이시아 법인으로 건너간 장지철 경영지원실장은 SK넥실리스의 초기 정착을 도운 인물 중 하나다.
장 실장은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수십 번 오갈 때마다 2주간 격리 생활을 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며 "아무리 코타키나발루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최고의 휴양지라지만 역병 속에서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연방주는 팬데믹 기간 국가 경제회복계획(PENJANA)에 따라 첨단 기술과 관련한 투자에 각종 혜택을 줬다. 특히 코타키나발루가 있는 사바주는 다른 주와 비교해 더 많은 석유 및 천연가스, 팜유 등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업 비중이 높은 탓에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 코로나19가 닥치자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고, 제조업 및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해졌다.
사바주와 SKC 측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년간 법인세 100% 감면과 전깃값 최저 요금 적용 등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기간 1조2000억원을 들여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SKC로서도 동박 생산 안정화는 중요했다. 수조원을 쏟은 상황에서 곳간은 비었지만 부지런히 동박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과 대만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바주는 첨단산업으로의 체질 개선, SKC는 생산력 극대화라는 양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배경이다. SKC는 2021년 1월 말레이시아 공장을 짓기로 했고, 현재까지 쏟아부은 금액만 약 9000억원이다.
현장에는 한국의 코트라 격인 말레이시아 투자진흥청(MIDA) 관계자도 자리했다. 조셉 벤자민(Joseph Benjamin) MIDA 사바주 디렉터는 "한국 기업이 EV(전기차)나 재생에너지 등 최첨단 기술을 사바주로 가져오는 만큼, 주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다"며 "기업이 우리에게 연락을 주면 원스톱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부지 선정부터 설비 운송 등 전 과정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SKC에 따르면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투자가 결정된 지 7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환경 규제가 엄격하고, 행정절차가 느리다고 유명한 말레이시아에서는 불가능한 속도였다.
앞서 SK넥실리스 공장에 각종 설비를 들이기 위해서 말레이시아 10개 정부 부처가 동원되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 현지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대형 트럭으로 나르기 위해서다. 현지 경찰은 세팡가르 부두에서 공장까지 이어지는 약 13km 길이의 도로를 폐쇄하고 인근 전력까지 차단했다.
물론 보이지 않는 SK넥실리스 임직원의 노고도 있었다. 신동환 법인장을 비롯해 2021년 말레이시아로 자리를 옮긴 SK넥실리스 직원은 20여 명 정도다. 이들이 꼽는 가장 그리운 '고향맛'은 컵라면이라고 한다. 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라면은 감칠맛을 내지 못해서다.
이 중 한국에 가족을 두고, 말레이시아 법인으로 건너간 장지철 경영지원실장은 SK넥실리스의 초기 정착을 도운 인물 중 하나다.
장 실장은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수십 번 오갈 때마다 2주간 격리 생활을 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며 "아무리 코타키나발루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최고의 휴양지라지만 역병 속에서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SK넥실리스와 말레이시아 사바주 정부 관계자들이 말레이시아 1공장에서 첫 출하한 동박이 담긴 컨테이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C]
장 실장의 '눈물'은 공장의 첫 출하로 씻겼다. SK넥실리스는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 공장의 첫 상업 생산 물량을 미국에 있는 고객사인 A사로 넘겼다. 이날 컨테이너선에 실린 동박은 세팡가르 부두를 떠났고, 현재 태평양 위를 항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