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센터 중단…"수백명이 밀가루 훔치려 해"

2023-10-31 05:59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여러 채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성한 건물이 거의 없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민들의 무질서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30일(현지시간) 구호품 배급센터 운영을 중단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가자지구 담당 국장인 톰 화이트는 "질서가 무너지면서 구호품 배급 센터 4곳과 구호품 창고 한곳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매일 수백명의 주민들이 창고에 무단으로 들어와 밀가루를 훔치려 한다"며 "지금 사람들은 생존 모드다. 충분한 밀가루와 물을 얻으려 안간힘을 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은 지난 29일 중부 데이르 알-발라흐 등 중부와 남부에 있는 유엔의 창고에 물려가 구호품을 약탈했다. 이에 대해 화이트 국장은 "우리는 데이르 알 발라흐를 잃었다. 다시 가동해 운영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UNRWA는 이미 질서가 무너진 데이르 알-발라흐 창고를 대신해 남부 라파 검문소 인근의 물류기지를 이용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소개했다. 화이트 국장은 "라파 검문소 인근 물류기지는 8000명의 사람이 대피하고 있어 운영이 어렵다. 물류기지로 대피를 하거나 밀가루를 얻으려는 사람이 있어 복잡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봉쇄를 단행한 데다, 가자지구 지상전 규모를 늘리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는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들어갈 수 있다며 구호품이 자국 영토를 통해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 이에 구호품은 최소 공급량 만큼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엔은 가자지구에 하루 최소 100대의 트럭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지금까지 140대의 구호 트럭이 왔다고 밝혔다. 

인도주의적 정전의 필요성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역 비상사태 책임자인 릭 브레넌 로이터 통신에 "재난 위에 재앙이다"라며 "의료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대규모 인도적 활동을 위해선 정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레넌은 가자지구 북쪽 알 시파와 알 쿠드스 병원에 지원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전 세계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안전하게 피할 데가 없는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 피난처, 의료서비스의 접근이 차단된 채 끊임없는 폭격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