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는 건설사] 내년 3.4조 회사채 만기 도래 '사상 최대'…중소건설사 등 50곳 회사채 재발행도 못해
2023-10-31 18:22
글로벌 경기 위축과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건설사 자금 경색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내년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중견·중소 건설사의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아주경제신문이 1985년 이후 회사채 발행 경험이 있는 571개 건설사의 5000여 개 발행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내년 216개 건설사에 3조4183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해 2조4912억원 대비 37.21% 늘어난 수준이다.
건설사 회사채 만기 물량 규모가 3조원을 넘는 것은 관련 내용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처음이다. 1985년 이전까지 회사채 발행이 많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상 최대 규모 기록으로 파악된다.
회사채 만기가 내년에 몰린 것은 코로나19로 국내 기준금리가 0.5%까지 낮아진 2021년 발행된 3년물과 기준금리가 2% 이하였던 지난해 상반기 발행된 2년물이 한꺼번에 만기를 맞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중견·중소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아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중소 건설사 등 50개사가 지난해와 올해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거나 도래할 예정이지만 재발행(롤오버)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만기 이전에 회사채를 재발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중소 건설사 전반에 대한 자금 경색 분위기로 인해 발행에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4월 중견 건설사로 꼽히는 KCC건설(시공능력 순위 24위)이 9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2년물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770억원이 미달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중견·중소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냉랭한 시선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올해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금 경색이 지속되면서 폐업하는 건설사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등록된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지난달 말까지 4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0여 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중견 건설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5%에 들었던 국원건설(467위)은 지난달 최종 부도 처리됐다. 아파트 브랜드 '이안'을 보유한 대우산업개발(75위)도 비슷한 시기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공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