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상 현대차 日 법인장 "마인드 셰어로 신뢰·프리미엄 기반 마련…소비자에 스며들 것"

2023-10-29 15:00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장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다양한 곳에서 전기자동차(EV) 라이프 스타일과 우리 차를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스며들어가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지 13년 만에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5월부터 아이오닉5와 넥쏘의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고 실질적으로 고객에 차량 인도가 이뤄진 8월부터 12월까지 약 700대의 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마켓 셰어보다 마인드 셰어에 방점을 두고 신뢰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원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은 지난 26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현대차 고객경험센터(CX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친환경차 인프라가 확대될 때까지 전기차 선두 이미지를 다져놓는 것이 현대차의 리딩 스토리"라고 말했다. 
현대차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CXC는 이를 위한 핵심 거점이다. 차량 시승부터 인도, AS까지 고객 관련 모든 서비스가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이다. 요코하마의 커뮤니티센터가 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EV 모빌리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이날 방문한 대지면적 2431㎡ 규모의 CXC 외부에는 급속충전기인 이피트와 6킬로와트(kW)급 현대 홈차저, 연구 테스트용 충전기가 깔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무료 충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실내에는 전시장과 AS 공간이 마련됐다. 특히 AS 공간은 고객들이 1, 2층에서 수리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돼 있다. 2층에는 커피, 쿠키를 즐기며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현대차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차량 전시장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친환경 자재를 비롯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가구, 조명이 설치돼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히노끼숲 향도 풍기며 오감을 사로잡았다. 신차 맞이 공간에서는 1시간~1시간 20분 동안 신차의 주요 기능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고객은 소파에 앉아 회전판 위에서 돌아가는 차의 디자인과 성능을 디테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치 VIP 품평회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인도장이 없는 다른 브랜드와의 차이점이며 현대차의 경쟁력이다. 

이처럼 고객들에게 스며드는 전략을 택한 이유는 폐쇄적인 일본 자동차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일본은 신차 판매의 40%가 경차이며 수입차는 5.4% 비중에 그친다. 전기차의 경우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속 충전기는 8000개에 그치며 대부분 50kW급 충전기다. 일반 충전기는 30분 시간 제한이 있다. 
현대차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차량 정비공간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전기차 생태계가 조성될 때까지 사회공헌, 시승경험 제공 등을 통해 친숙한 프리미엄 이미지 기반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조 법인장 목표다. 그는 "좁은 길, 좁은 주차장, 관세 장벽 같은 걸림돌도 있지만 우선 일본 소비자의 마인드가 보수적"이라며 "당장 '3~4년 내 1만대를 팔겠다, 마켓 셰어 5%를 점유하겠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일본 고객들이 이름만 들어도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야말로 현대차가 지향하는 가치"라고 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문턱을 낮추기 위해 현지 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경험이 적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500만~600만엔(약 5000만~6000만원)짜리 전기차에 대한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 정비 비용은 매우 높은 편으로 아이오닉 5의 경우 150만~200만원이 요구된다. 이에 신차 등록 후 3년까지 매년 정기 점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연간 최대 10만엔의 외관 손상 수리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 법인장은 "(이 같은 지원은) EV 모빌리티에 들어오라는 초청 인사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셰어링 네트워크도 확장하며 고객들의 접근성을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렌터카와 카셰어링 경험을 제공해 기꺼이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도다. 까다로운 일본 고객을 위해 AS네트워크도 촘촘히 깔았다. 직접 계약한 정비소는 55개이며 협력 정비공장인 오토박스의 정비 거점도 활용하고 있다. 정비 협력업체에는 정비 기술과 고객 응대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2층 휴게공간. [사진=권가림 기자]
현대차는 일본에서 쌓은 온라인 판매 노하우를 다른 주요 국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딜러가 없어도 수요가 있을 만한 모델을 내놓고 이커머스를 통해 대응하는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전개할 미래의 기초가 될 것으로 조 법인장은 보고 있다. 그는 "십수년 전 비행기표는 여행사에 가서 직접 구매했지만 지금을 휴대폰으로 살 수 있다. 자동차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때 고객들의 구매 여정을 어떻게 디지털화해 관리하느냐는 굉장히 큰 과제가 될 것인데 지금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2층에 마련된 브랜딩 공간.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일본 올해의 차(JCOTY)'에서 르노 아르카나와 BMW iX,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제치고 최고의 수입차로 선정됐다. 1980년 시작한 '일본 올해의 차(JCOTY)'에서 국산차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아이오닉 5는 소득이 높은 40~50대와 30대 여성, 레저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 내 아이오닉 6 디자인에 대한 높은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오프라인 거점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관서 지역에 CXC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상담센터와 팝업스토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E-GMP에 기반한 전용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 고성능 N브랜드부터 소형, 세단, C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여 일본 전기차 시장 선도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신차 납차 공간 [사진=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