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동성애 처벌조항' 합헌.."군기·전투력 해칠 우려"

2023-10-26 15:53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3.07.2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당사자끼리 합의를 하더라도 남성인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하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6항(추행) 조항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군기와 전투력 보존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군내 성적 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위력에 의하거나 자발적 의사 합치가 없는 동성 군인 간 추행에 대해 처벌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라 하더라도 근무 장소나 임무 수행 중에 이뤄진다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지는 국군의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며 "처벌한다고 해도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심판 대상 조항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A씨는 군인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지법과 수원지법은 조항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성 간 성적 행위는 허용하면서 남성인 동성 군인만 처벌 대상인 것은 평등 원칙 위반이고 처벌 대상에 성별·합의 여부가 고려되는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재는 "동성 군인 간 성적 교섭행위를 방치하면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가 위태로워진다"며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형법 피적용자는 어떤 행위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처벌 조항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한다"며 "명확성 원칙을 어겼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또 다른 청구인 3명은 군인을 구강성교와 항문성교 방법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헌재는 이들이 낸 헌법소원을 재판의 전제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이들은 헌법소원 제기 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