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해군 2함대 '거짓 자수' 사태... 병사 군형법 적용 실익있나

2019-07-17 16:15
법원, 200m 수소 이탈 병사에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 높아
군 검사, '기소유예' 처분 합당 의견... 다만 여론이 문제
법조계 "군기교육대 등 '징계'가 실효적이며 결과적으로 더 엄격한 처벌"

평택 2함대사령부의 초소 이탈과 거짓 자수 병사들에 대한 군형법 적용을 두고 '실익이 없다'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거동 수상자로 확인돼 지난 13일 검거된 A 병사(상병)는 군 형법 적용시 '수소이탈죄'에 해당한다. 수소(守所)란 일정한 구역을 지키고자 마련된 장소를 말한다.

군 형법 제28조에 따르면 평시 초병이 정당 사유 없이 수소를 이탈하면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초소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음료수 자판기로 이동했다는 점(실제 음료수는 사지도 못했다)에서 법원이 실형 보다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군 검사가 먼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를 미루는 법적 판단이다. 법원과 군 검사 판단을 관통하는 '법 정서'는 200m 수소 이탈로 실형을 선고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육군 소속 한 군 검사는 " A 병사의 수소이탈죄 혐의는 어렵지 않게 소명될 것"이라며 "다만 수소 이탈 범위가 넓지 않다는 점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소심이 진행되면 재판부가 양형부당을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론이 문제이지 사실은 군 형법을 적용하기 보다 군기교육대를 보내 징계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다"고 그는 강조했다.

군기교육대는 군대에서 흔히 '영창'이라 불리며 '계급 강등'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징계 수위다. 간부와 짜고 거짓 자수한 B 병사는 '간부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고려돼 군 당국이 선처를 고려하고 있는 전해졌다.

법률사무소 혜율 임지석 대표변호사는 "군 형법을 적용해도 사실상 실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군 당국이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판단을 내린다면 병사들에게는 징계를 내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군 검사와 임지석 변호사 모두 '거짓 자수' 강요한 간부인 C 소령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와 허위보고 등 혐의가 뚜렷하고 죄질이 좋지 않은 만큼 군 형법으로 다스리는 게 적확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군 형법 제38조에 저촉되는 '허위보고'는 평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평택 2함대사령부의 초소 이탈 사건은 지난 4일 발생했다. 해당 부대 탄약고 초소 경계병이 거동 수상자를 발견했으나 부대가 검거에 실패하면서 간부가 자신의 부대원에게 '거짓 자수'를 강요하고 군 헌병대가 이를 5일이나 뒤늦게 파악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