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만류 위해 오바마까지 나섰다…"역효과 날 수 있어"

2023-10-24 13:56
가자지구 식료품, 물, 전기 차단은 인도적 위기 및 팔레스타인인 반감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
오바마 발언, 바이든 정부와 협의 여부는 불확실

올해 8월 테니스 US오픈 경기를 관람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본격 공세를 예고한 이스라엘을 만류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행위 중 일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억류된 민간인들에 대한 식료품, 물,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인도적 위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세대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태도를 경직시킬 것"이라며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의 지원을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의 적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면서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장기적 노력을 잠식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시민들에 대한 위험에 대해서는 주의를 표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항함에 있어서도 인도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 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현 외교 정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시한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이번 발언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와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에도 가자지구와 관련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지지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과 2014년에 연이어 2,3차 가자전쟁이 발발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하려던 오바마 정부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간 경험이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로부터 인질 석방 및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식료품과 연료 등의 공급을 차단한 상태이다. 21일부터 이집트 라파 국경을 통해 구호품이 일부 공급되고 있으나, 200만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하마스는 전날 미국인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고 연료 공급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연료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요구를 거절했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면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날까지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5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