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시대] ETF 100조 시대…수익률은 테마따라 극과 극
2023-10-25 05:00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00조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단일 종목, 채권형, 기술주 등 다양한 상품이 테마형으로 출시되고 있다. 어떤 테마가 앞에 붙는지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연초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형 ETF 수익률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최근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기술 관련 상품들이 치고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테마형 ETF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면서 ETF 단타 매매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상품 개수는 총 784개로 전년 대비 124개 종목이 늘었다. 시장 규모는 전월 기준 109조원으로 지난 8월말 대비 2조6000억원(2.5%) 넘게 증가했다. 상장 종목수도 매년 증가세다. 2019년에는 47종목이 상장됐다. 이후 2021년 90개, 2022년 139개, 2023년(10월 기준) 122개가 신규 상장됐다.
ETF는 매월 평균 10개씩 상장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KBSTAR 2차전지TOP10·KODEX 은행채24-12액티브·KTOP 25-08회사채(A+이상) 액티브·TIGER 일본반도체 FACTSET 등 10개 종목이 상장됐다. 미국 기술주, 2차전지, 반도체, 채권형 등 최근 시장 흐름을 반영한 상품들이다.
ETF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종류는 월 배당형부터 부동산, 통화, 퇴직연금까지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거래소 분류 기준 테마형은 주식형, 채권형, 원자재형, 부동산형 등 크게 7가지로 나뉜다.
국내 주식형 부문 전체 종목에서 44.5%를 차지한다.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수소경제 등 그해에 주목 받고 있는 산업명이 상품과 연결돼 테마형 상품으로 시장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
◆테크·반도체·나스닥 등 국내 시장 섭렵한 미국 테마형 상품
서학개미 열풍으로 미국 주식형 ETF 상품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이후 기준 수익률 1위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로 100.25%를 기록했다. 이어 같은 운용사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86.39%,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73.04%,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 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 71.35%, KODEX 미국FANG플러스(H) 66.19%까지 상위 10위권 중 절반 이상이 미국 기술 관련 테마형 상품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인 ‘챗GPT’가 떠오르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올 2분기에도 애플과 아마존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올 상반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업종별 수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정보기술주가 45.6%로 해당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도 모두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AI 관련주로 꼽히는 미국 5대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AI와 같은 미국 기술주는 앞으로 투자자들이 필수로 담아야 할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S&P500에 속한 기술주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특히 AI 최대 수혜주가 반도체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차전지주 변동에 급등한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 인기↑
연초 이후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주요 테마 업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 들어 이차전지주가 코스닥 증시를 이끌자 관련 상품도 동반 상승했다.
같은 기간 키움자산운용의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 상품 누적 수익률이 49.30%를 기록하며 13위에 올랐다. 에코프로 삼형제인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이 코스닥 지수를 받치면서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도 배로 올랐다. 이 같은 효과에 지난 7월 말까지 코스닥 테마형 상품도 1~4위는 최대 150%대의 수익률을 올리며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이 다수 자리를 차지했다.
이차전지주 효과로 단일종목 상품도 투자자의 주목을 꾸준히 받고 있다. 최근 이차전지주가 횡보세를 보이고 있지만 TIGER2차전지테마는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 52.05%를 기록하며 9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차전지 랠리에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들이 50위권 내외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ETF 수익률 1위와 2위는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와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로 각각 59.30%와 38.74%의 누적 상승률을 보였다.
◆시들해진 채권형ETF 수익률···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
올 상반기까지 채권형 ETF가 강세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기준금리가 최종 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전망에 따라 시중 금리가 하락하며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크게 개선됐었다. 이에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 ETF'의 지난 2월까지 수익률이 13.01%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은 -15.42%로 급반전했다. 그 밖에도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7.36%, HANARO KAP초장기국고채 -7.99%, KOSEF 국고채10년레버리지 -7.42% 등 상반기 최대 10% 내외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던 상품이 최근에는 그 반대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채권형 ETF는 금리가 하락해야 수익이 난다. 지난 9월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관련 상품들이 손실이 나고 있다. 미국 장기채 관련 ETF 상품도 올 상반기 최대 10% 이상까지 뛰었지만 최근에는 -15% 이상까지 하락하고 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진다. 장기채 금리가 오를수록 손실폭이 커지는 구조다.
◆테슬라부터 반려동물 테마까지···가지각색 미국 ETF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ETF 본고장 미국에서는 더 다양한 테마형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동물 의약품 시장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PAWZ ETF 등 반려동물 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술, 담배, 향락산업 등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업종에 투자하지 않는 샤리아 ETF도 2019년 출시 직후 화제를 모았다. 그 반대로 대마초 관련주에 투자하는 마리화나 ETF도 생겨났다. 또 공화당(KRUZ)과 민주당(NANC)을 추종하는 이색 상품도 투자자의 주목을 끌었다.
ETF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 간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초 KB자산운용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며 투자자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타 운용사에서는 발틱운임지수(BDI) 등 새로운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양한 기초자산을 개발하는 데 모두가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메타버스 등 단기 유행 ETF 투자도 '반짝' 인기···전문가 "단타용은 지양해야"
코로나19 이후에는 골프산업이 커지면서 해당 분야에 투자하는 ‘HANARO Fn골프테마’가 나왔다. 같은 기간 메타버스 관련주가 급등하자 ETF 시장에서도 관련주를 모아 놓은 상품도 한때 반짝 상승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타·급등 관련 상품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는 "다양한 테마형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단타용 상품보다는 장기투자하는 방식으로 ETF 투자를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면서 "단기간 매매는 결국 의미 있는 수익률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종목별 옥석가리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