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전선 열리나' 이란 "몇 시간 내 선제조치"·美, 군병력 2000명 배치

2023-10-17 10:43
이란 외무장관 "적과 장기전…선제조치 기대"
바이든, 이스라엘 이어 요르단·이집트 방문
美 군병력 2000명 배치 "이스라엘 군사 작전 참여는 아냐"

이집트로 대피하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 국경 통행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이 이를 부인하며 무산됐다. [사진=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에 ‘몇 시간 내 선제 조치’를 경고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군병력 2000명을 배치하는 등 중동 긴장 확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자국 국영방송에서 “저항 전선(레지스탕스) 지도자들은 시온주의 정권이 가자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모든 옵션이 열려 있으며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전쟁 범죄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항 전선은 적(이스라엘)과 장기전을 벌일 수 있다”며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우리는 저항 전선의 선제 조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선제 조치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 및 세력을 ‘저항 전선’으로 지칭한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 저항 전선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선은 독립 유지와 지난 몇 년간 시온주의 정권의 반복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전체에 걸쳐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하산 니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가 “오늘 선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내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란 지도자들은 이란과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을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주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군사 및 정보기관의 패배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역시 하마스가 독립적으로 이스라엘 공격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과 이-팔 전쟁을 논의할 예정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군병력 2000명을 이스라엘에 배치하기로 했다.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의 의료 및 군수 지원 등을 돕기 위해 미군 약 2000명을 이스라엘에 배치하는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군병력 배치가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미군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외신들은 미 국방부가 미군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직접 개입하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는 것은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재럴드 포드 항모에 이어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를 동지중해로 급파하는 등 확전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던 중 공습 경보가 울려 약 5분간 벙커로 대피해야 했다. 가자지구 당국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은 약 2800명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4분의1이 어린이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