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태풍' 피했더니 임단협이 발목...철강업계 '파업태풍' 불까 긴장

2023-10-17 05:00

국내 철강업계 1·2위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좀처럼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두 회사 노동조합은 집단행동 돌입을 선포하면서 이르면 이달 중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철강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은 국내 철강업계가 올가을에는 톤(t)당 110달러를 넘어선 철광석 원자재 가격 부담에 이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포스코 내 협의단체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노동조합(이하 포스코노조)은 지난 12일 임단협이 종료될 때까지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각 조합원에게 공지했다.

이번 주 중에는 단체행동 방안과 세부지침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측을 대상으로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단체행동 이후에도 사측과 의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노조 역시 쟁의권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노사 간 갈등은 기본급 인상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발생했다.

먼저 포스코노조는 측은 지난해 경제성장률(2.6%), 물가 상승률(5.1%)에 지난 3년간 임금손해분(5.4%)을 더해 기본급을 13.1%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1인당 평균 약 39만원 인상되는 수준이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9만2000원에 400만원 상당의 자사주, 현금 1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노조 측은 회사 측 제시안이 노조 요구안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고 또 별도 일시급을 마치 기본급 인상처럼 계산해 조합원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사측과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주식 10주 가격을 포함한 특별성과금 58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괴리가 큰 만큼 한쪽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이상 합의점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노동계에서는 분석한다.

당장 파업이 현실화하면 포스코는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을 맞게 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노조의 단체행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조강 생산량 감소와 겹쳐 올해 4분기 철강업계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4497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4분기 생산 중단 물량을 올해 상반기 집중 생산했음에도 감소한 것이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도 높다. 지난 13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16.34달러로 전년 동기(96.3달러) 대비 17.22% 올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파업 리스크까지 철강업계가 삼중고에 빠진 상태”라며 “노사 대립이 4분기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도 부담인데 파업으로 치닫는다면 사실상 또 다른 태풍을 만난 것과 같은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스코노조가 지난달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