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전조?] '금융 약한 고리' 끊어지나…곳곳서 이상 경보음

2023-10-16 18:00
자영업자의 못 갚는 대출 규모 7.3조원 '역대 최대'...연체율도 치솟아
고금리에 취약한 다중채무자도 448만명 '역대 최대'
법인파산도 금융위기의 4배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 내 '약한 고리'로 불리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다중채무자 등 대출 관련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들 대출 금액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연체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 소득수준이 낮은 경제적 약자들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현 상황을 경제위기나 금융시스템 불안의 전조증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014조2000억원) 이후 네 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조원 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연체율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에 취약한 다중채무자 수도 2분기 말 448만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는 총 1978만명인데 더 이상 금융권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 4명 가운데 1명꼴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각 572조4000억원, 1억2785만원으로 추산됐다. 다중채무자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1.5%였다. 통상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다중채무자들이 평균적으로 이 같은 한계 수준에 거의 이르렀다는 의미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 '줄도산' '줄폐업'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법정관리 절차인 법인회생은 지난해 398건에서 올해 652건(63.82%), 법인파산은 지난해 652건에서 올해 1034건(58.59%)으로 증가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법인파산(226건)은 4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크게 높아졌고 코로나19 기간 이어졌던 정부와 금융기관의 각종 지원이 종료되면서 부담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문제는 금융권 내 약한 고리를 괴롭히는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안정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만큼 한국은행도 내년 이후에나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자 부담이 현재 수준을 이어가거나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높은 고소득자나 대기업 등의 대출 지표도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취약계층의 대출 지표 악화를 경기 침체나 금융시스템 불안의 전조 증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취약 계층이 대출 관련 지표가 모두, 그것도 한꺼번에 악화하고 있어 심상치 않다"며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