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인적 쇄신' 잰걸음… 총선 D-6개월, 국면전환 신호탄 쏘나

2023-10-16 00:00
"선출직도 물러가라"...당 안팎서 목소리
전문가들 "與 바뀐다면 野 힘들어질 것"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서 확인된 싸늘한 민심에 놀란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인적 쇄신을 서두르고 있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국면 전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며 여권발 '쇄신 폭풍'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 의장 등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은 전날 일괄 사퇴했다. 보궐선거 패배로 당 안팎에서 당 지도부 책임론과 인적 쇄신론이 거세게 일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당 진로를 모색했다. 
 
당 안팎에서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단(김병민·조수진·김가람·장예찬) 등도 총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용산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하명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다"며 "모두 지도자답게 처신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산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도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 목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나"라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분한 변화'는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힘을 모으고 경제와 민생을 우선으로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들은 김 대표 퇴진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대표적인 '스윙 보터(부동층 유권자)'이자 내년 4월 총선 때 핵심 승부처인 서울 민심의 신호를 쉽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당대표가 바뀌지 않으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의 얼굴로 중도적인 이미지가 있는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김 대표가 대통령실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큰 문제"라며 "잘못된 국정 기조에 대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당의 변화와 함께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 쇄신에도 관심이 모인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바로 다음 날 '주식 파킹' 논란 등에 휩싸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상징적이다.
 
12월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마무리하고 내년 4월 총선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 교체는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보선 결과를 계기로 인사 범위와 속도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비서실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여권 내 변화는 야권에도 변화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그대로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장기 단식 후 회복 중인 이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복귀가 유력하다.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던 이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당내 리더십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당 통합 메시지'와 함께 강력한 정치 쇄신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한 지난 11일 입장문에서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겠다"며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명(이재명)계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가 내년 총선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체제로 이렇게 이겼어. 이 상태로 내년 총선 가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이제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오고, 그땐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신 교수도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이재명 체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여당이 바뀐다면 민주당과 대비 효과를 줄 것이고 (차기 총선에서) 야당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 역시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진보층은 민주당에 더욱 가혹한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다수당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있나"라면서 이 대표 등 현재 당 주류에 대한 대거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