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신 주담대...땅 짚고 헤엄친 인터넷銀
2023-10-15 15:00
카카오뱅크, 전체 이자수익 약 34% '주담대'
신용대출 비중 감소세...올해 상반기 14.1%
신용대출 비중 감소세...올해 상반기 14.1%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목적으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이 '포용금융 실천'이라는 출범 취지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금융당국도 '포용금융 실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주담대 이자수익으로 총 3245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이자수익(9593억원)의 33.8%에 해당한다. 반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이자수익은 1354억원으로, 전체 이자수익의 14.1%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이자수익에서 주담대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12.8%(376억원)에 불과했던 주담대 이자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24.4%(1358억원)를 거쳐 하반기 29.5%(2173억원)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34%에 육박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개인신용대출보다 주담대 잔액을 빠르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상반기 3조원대 규모였던 주담대 잔액은 올해 상반기 17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2조원에서 14조원으로, 약 2조원 늘리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이자수익은 2021년 상반기 6.3%(55억원)에서 하반기 6.8%(102억원), 2022년 상반기 10%(207억원)에서 하반기 11%(346억원)로 매년 늘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4.8%(616억원)까지 상승했다.
인터넷은행이 자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주담대에 집중한 나머지 '포용금융 실천'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21년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등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금융당국 또한 포용금융 실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5월 인터넷은행의 포용금융 실현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 여건 변화에 따라 대출 잔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또 고정적인 목표가 인터넷은행의 경영 경직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용금융 기준을 탄력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30%'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현재 잔액 기준은 경직적이고 중도상환 등으로 비중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경기 여건 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