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입주권 거래는 줄었는데 가격은 '훌쩍'...분양가 인상에 실수요자 몰린다

2023-10-12 18:35

분양가 상승 흐름이 계속되면서 실수요자 사이에 분양·입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최근 분양·입주권 거래량이 지난 5~6월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거래량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격은 강세다. 웃돈이 붙으면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실거주 수요자 관심이 높아진 효과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분양·입주권에 대한 수요자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전매 건수는 26건이었다. 아직 신고 기간이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해도 8월(57건)에 비해서는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분양·입주권 전매는 지난 4월 56건에서 5월 82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6월에는 87건으로 치솟았다.

분양·입주권 거래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1·3 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실거주 의무 폐지는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통과가 필요한데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량이 줄어든 반면에 입주권 거래 가격은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109㎡ 입주권은 지난달 21일 26억587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해당 단지 동일 면적 입주권 거래(20억3520만원)와 비교해 다섯 달 만에 6억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강북 최대어로 꼽힌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 전용면적 84㎡ 입주권 또한 지난달 8일 11억2875만원에 거래가 체결되면서 이전 최고 가격을 넘어섰고,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112.99㎡ 입주권도 지난 8월 40억1751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경기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명 대장주로 평가받는 광명시 철산동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전용면적 59㎡ 입주권은 지난 8월 8억8644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동일 면적 일반 분양가가 7억원 정도에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최대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입주권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것은 향후 분양가 상승을 예상하는 수요자 심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8월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179만5500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46% 증가한 것이다. 원자재 가격과 금리 상승 등으로 분양 예정 단지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입주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이라는 인식과 함께 분양가 상승 흐름, 향후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보다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당분간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주택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당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