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첫 공판서 "행위는 반성, 죄명은 부인"...송영길 수사 속도내나

2023-10-10 17:05
윤관석 "6000만원 아닌 2000만원"
검찰, 송영길 자택 압수물 분석 후 소환조사 방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8월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를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금품을 요구·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첫 정식재판에서 검찰이 적용한 죄명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김정곤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정당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윤 의원 측은 이날 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하지만 적용 혐의는 대부분 부인했다. 윤 의원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같이 '협의'해 돈봉투를 주고 받았는데 윤 의원에게만 더 무거운 죄명이 적용됐다는 취지다.
 
검찰은 윤 의원에게 정당법 50조 2항을 적용했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캠프 관계자들에게 300만 원씩 든 돈봉투 20개를 두 차례에 걸쳐 받은 뒤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 의원이 강 전 감사, 이 전 총장 등에게 금품을 지시·권유·요구한 행위와 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보고 기소했다. 그러면서 "(송영길 경선캠프) 기획회의서 국회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할 계획을 확정하면서 금품 제공 대상자 선정 및 액수 등 구체적인 방안은 피고인(윤관석)에게 일임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의 변호인은 윤 의원이 2회에 걸쳐 받은 돈봉투에 담긴 돈은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나 이정근, 강래구, 박용수(송영길 전 보좌관) 등은 모두 송영길 선거를 돕는 사람"이라며 "공범자들 내부에서 자금이 유통되는 것 가지고 별도로 수수하고 요구한 행위를 나눠서 처벌할 수 있나"고 반발했다. 

이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돈봉투를 마련한 것은 인정하지만,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감사 표시로 제공한 것이지 표를 매수할 목적은 아니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윤 의원의 변호인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은 법률적으로 잘 알지 못하고 변호사들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해 추가 주장하는 것"이라며 "윤관석은 본인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1차 공판을 끝내고 윤 의원의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달 15일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윤 의원 측은 "피고인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지위를 볼 때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16일로 정하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보석 청구에 대해서도 곧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한편, 돈봉투 의혹의 주요 혐의자들이 공소사실을 대체적으로 인정하면서 송 전 대표의 선거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이 송영길 경선 캠프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원들 조사를 본격화하는 한편, '인허가 비리' 의혹 관련 송 대표를 소환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에 여수 지역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약 3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포착, 지난 8월 박씨를 불러 조사했다. 수사 두 달여 만에 검찰은 박씨가 폐기물 사업 관련 '인허가 청탁'을 위해 약 4000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보고 송 전 대표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달 송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출신 김모씨도 청탁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판단, 수사 범위를 넓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씨와 송 전 대표를 소환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추궁할 방침이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 가온데 송 전 대표는 이날 저녁 8시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규탄'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농성을 예고하며 "검찰은 돈 봉투 논란과 관련해 나와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하자 내가 참여했던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를 별건 수사하며 정치적 기획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