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르포]부산 공동어시장 '위생', 이대로 괜찮은가?...누가 사먹을까?

2023-10-10 16:48
새벽 현장은 담배꽁초, 쓰레기, 생선이 '공존'...이대로 식탁에?
외형적 현대화시설 추진에 선주 등 "다양한 계층, 귀 기울여야" 쓴소리

부산 공동어시장 경매현장에서 한 작업자가 담배를 피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손충남 기자]
돌아다니는 담뱃갑, 생선 사이에 끼어 있는 음료수 캔, 수레바퀴가 밟고 가는 고등어, 여기저기 터져서 널브러진 생선들, 담배를 피우며 트럭에서 얼음을 퍼 나르는 작업자...
 
새벽 6시 공동어시장에서 열리는 경매 현장 모습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후 부산 수산업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 공동어시장을 방문한 기자는 상상과 달랐던 공동어시장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생선, 무엇보다 깨끗하게 취급되어야 할 생선이 아무렇게나 다뤄지는 모습을 보고 기함할 뻔했다.
 
선주들이 어렵게 잡은 생선. 이 생선들은 경매 후 유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르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 경매, 생선 손질, 유통 과정의 위생 상태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생선을 가득 실은 배가 도착한 위판장, 트럭이 배 옆에서 생선을 가득 싣고 얼마간 이동 후 바닥에 생선을 부어버린다. 생선의 종류, 크기별 분류 과정이다. 이후 바닥에 있는 생선을 인부들이 크기별로 분류해 박스에 주워담기 시작한다. 공동어시장 개장 이래 수십 년간 이어 온 전통적인(?) ‘바닥 경매’ 방식이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바닥에서 생선 선별 작업을 한다는 게 약간의 찜찜함이 스치고 지나간다.
 
경매 시작 전후 현장은 주어진 일에 분주하다.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위생에 대한 주의나 제재가 없다.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라고 하기에는 현장의 위생 상태는 더 심했다. 담배를 함부로 피워대고, 담뱃갑을 그냥 바닥에 버리는 것은 예사요, 과자나 빵, 음료수를 먹고 난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어느 누구도 지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주어진 일에 열심일 뿐. 심지어 고등어를 수레가 치고 가며 상품이 훼손됐음에도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이...
 
이렇게 작업한 생선을 먹고 있었다는 생각이 갑자기 뒤통수를 강타하며 헛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새벽 취재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 시린 속에 욕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왜 이럴까?
 
지난 7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 국민적인 불안감을 안겼다. 당국과 수산관련 분야는 위생과 방사능 검사 강화 등 방안을 내놓으며, 수산물 소비촉진책을 내세우는 등 국민 안심시키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국내 고등어 최대 위판장이라고 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새벽 위생상태를 본다면, 과연 부산시민은, 그리고 국민들은 납득을 할 수 있을까?
 
◆ 부산 공동어시장은?

부산 공동어시장은 1963년 11월 부산항 제1부두에 부산종합어시장이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이후 1969년 남항으로 이전 결정이 내려졌고, 1971년 부산공동어시장으로 개칭한 후 1973년 현 위치로 이전에 개장했다. 부산 공동어시장은 전국 연근해 수산물의 30%를 취급하며, 특히 국내산 고등어의 80%를 거래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위판장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위판장인 부산 공동어시장은 그동안 노화화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 중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하나가 바로 ‘바닥경매’ 방식이다. 이러한 바닥 경매는 위생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지속적인 지적을 받은 바 있으며, 이에 공동어시장은 후쿠시마 원전 방류, 기후 위기, 소비감소 등과 맞물려 현대화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지난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 2015년 기본계획 수립 후 2017년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그렇지만 2018년 공동어시장 공영화 추진을 위해 설계용역이 일시 정지됐고, 2019년 공동어시장과 부산시는 공동어시장 공영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2021년 4월 공동어시장 측은 공영화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부산시에 현대화 사업 자체추진을 통보했으며, 그해 8월 부산시와 공동어시장은 중앙도매시장 개설 및 현대화사업 우선 재개를 합의했다. 이어 2022년 공동어시장 중앙도매시장 개설 관리 및 운영방안이 확정됐고 그해 10월 조달청이 적정성 검토에 들어가게 됐다.
 
올해 6월 조달청이 적정성 검토를 완료했으며 기재부에 총사업비 조정협의를 거친 후 7월 총사업지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올해 12월 기나긴 기다림 끝에 공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2026년 준공 후 중앙도매시장을 개설하게 된다.
 
◆ 공동어시장의 ‘위생’과 ‘선도’ 관리

이렇게 10여 년의 세월을 끌어오며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된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위생관리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부산 공동어시장 새벽 경매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바닥경매 현장 모습. 여기저기 쓰레기와 훼손된 생선들이 널려 있다. [사진=손충남 기자]
한 수협조합장 A씨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어시장의 주목적은 아주 간단하다. 신선도 유지다. 빠른 시간에 유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시장의 목표는 부패하는 시간을 줄이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A씨는 “그런데 현재 이것 외에 나머지를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어시장이 나갈 방향과 해야 할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데, 전부 건물 현대화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게 건물에 금을 치든 은을 치든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A에 말을 빌리자면 부산시든, 공동어시장이든, 건물 현대화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것. 그 누구도 어시장의 생명인 ‘위생’과 ‘선도’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A씨 지적의 주요 골자이다. 어시장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부분이 바로 ‘위생’과 ‘선도’임에도 다들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인지. 이날 공동어시장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한 모습이 이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위생’과 ‘선도 유지’ 목적을 위해 공동어시장에 몇 해 전 자동선별기가 도입된 것을 파악하고 공동어시장 내에서 자동선별기를 찾아봤으나 그 어느 곳에도 자동선별기는 보이지 않았다. 작업하는 인부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거나, 11월에 들어온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그때 한 사람이 “자동선별기는 지금 감천항에만 하나 있고 여기는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자동선별기는 동일한 종류의 생선을 크기별로 재빨리 분류하는 장비로 ‘위생’과 ‘선도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부산 공동어시장의 경우 취급 생선의 대부분이 고등어임을 고려하면 자동선별기 사용은 필수적이나 공동어시장에 자동선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왜 공동어시장에 있지 않고 감천항에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바닥 경매와 관련해서도 조합장 A씨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바닥 경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바닥 경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생선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면서 “현대화사업을 하게 되면 생선을 놓는 파레트 등 위치를 지금보다 좀 더 높여, 최대한 바닥에서 떨어지게 작업하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닥 경매의 위생관리 어려움과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부산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목적 현대화로 시설개선 및 위생자동화가 포함돼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위생자동화 즉 위생자동선별기, 포장, 컨베이어 벨트 등을 통해 최대한 바닥에 덜 닿게 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선별기 고장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바닥 경매를 해야 하는 변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구조물 설치 등을 고려 중이다.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인데 아마 내년쯤 정해질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사실 위생관리와 관련해서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며 “감독관 투입을 통해서 최대한 관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매가 끝나고 나면 깨끗하게 청소한다”라고 하면서 최대한 위생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뒤 약을 처방한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스쳐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시설과 장비가 아니다. 물론 깨끗한 시설과 장비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먹거리를 다루는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장비가 있다 한들 지금처럼 함부로 담배를 태우고,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며, 생선을 길거리에 있는 물건 취급하듯 방치하는 그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현대화사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외형적 형식의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인 위생, 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더 절실한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부산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이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외형적 하드웨어와 내실 있는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출 수 있는 현대화사업을 추진해 부산 수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수산을 대표, 견인할 수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산업계, 선주, 협회, 일을 직접하고 있는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A 조합장의 지적이 한동안 가슴에 머문다.
 
“힘들게 잡아 온 생선을 아무렇게나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선주가 좋아하겠나? 이러니 자꾸 다른 위판장으로 가려고 하지. 선주와 현장 직원, 수산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인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공동어시장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