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여의도산책] 강서구 보선...팬심 아닌 민심을 살펴라
2023-10-09 09:35
방신시장 유세 현장에서 터진 주민들의 불만과 쓴소리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자의 귀에 닿지 않았다. 후보자가 경청해야 할 '지역 민심'은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에 파묻혔다. 심지어 유권자와 시비가 붙은 지지자도 있었다. '시끄러운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주민들의 손가락질과 욕설만 남아 있었다.
국민의힘을 향한 유권자의 시선은 재보궐 선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차갑게 느껴진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선거에서 이긴 마냥 방심하고 있다. 지금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이들이 유세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민심이 아닌 팬심이었을까.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김 후보의 캠프를 찾았다. 대방빌딩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진 김 후보의 입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건물 8층에 자리한 선거사무실에는 붉은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과 양복을 차려 입은 중년 남성들로 가득했다. 선거를 앞둔 후보자 입장에서 지지자가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민심을 읽지 못하는 후보가 과연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김 후보는 이번 선거가 '윤석열·문재인 대리전' 구도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강하게 반대하며 정치적 발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진 후보 역시 '검·경 대결 프레임'을 내세우기보다는 민심을 최대한 살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자리는 양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당력을 과시하는 시험대로 변질됐다. 여야는 추석 연휴부터 열띤 유세를 펼치면서 표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일침은 날카로웠다. 방신시장의 유권자들은 재보선의 빌미를 제공한 김 후보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며 불만을 내비쳤다.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된 진 후보의 능력을 의심하는 유권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