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국감] 경제난에 기업들 아우성인데…재계 총수 올해도 불러야하나

2023-10-06 08:09
4대그룹ㆍ포스코ㆍ한진 등 증인 명단 올라
환노위, SPC계열사·코스트코·DL이엔씨
국토위는 GS건설 부회장·쿠팡 의장 대상
재계 "기업 압박용 관례…본래취지 퇴색"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는 10일부터 27일까지 실시되는 가운데 국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증인 명단에 대거 포함했다. 이에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요 경제지표가 좋지 않아 기업들 실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총수 소환과 증인 채택이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을 위한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관례'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소환을 검토 중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과 관련해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 추궁하기 위함이다. 최근 한경협이 명칭 변경과 함께 산하기관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면서 4대 그룹은 다시 한경협 회원사가 됐다.

일단 지난달 25일 열린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여야 협의를 통해 국감 기간 추가 증인 채택을 할 수 있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농어촌상생기금 관련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다수 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기부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 반발이 거세자 여·야·정이 마련한 기금이다. 2017년 3월 출범해 매년 1000억원씩 1조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모인 금액이 목표 금액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야당 의원들 증인 신청 명단에만 포함됐으며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난항을 겪는 만큼 소환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와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경제계 증인 출석을 추진하고 있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한 기업 CEO 등을 국감 증인으로 줄줄이 채택했다. 오는 12일 고용부 국감에 이강섭 샤니 대표가 증언대에 선다. 지난 8월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과 또 다른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다. 20대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와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도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토위에서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이 밖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 노동환경 개선 문제, 박영유 대유위니아 회장은 대규모 임금체불 대책,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인 김소향 달콤나라앨리스 사장은 청소년 건강권 문제 등과 관련해서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국정감시를 위한 자리가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부르고 벌세우기 하듯 갑질하는 국감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악습으로 인해 국정감사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사실관계나 의견 청취보다는 카메라를 의식해 훈계하고 호통치는 의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