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일부 대만 기업들, 화웨이 '비밀' 반도체 공장 건설 가담"

2023-10-03 17:58
대만 반도체 관련 기업들, 화웨이 '비밀' 반도체 공장 건설 가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앞두고 혼란 전망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포위망 구멍 우려도
미국 제재 위반 여부는 불확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화웨이가 중국 전역에 비밀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대만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이에 가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선전 등의 화웨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근로자들 중 대만 반도체 소재 유통업체 탑코 사이언티픽(Topco Scientific), 클린룸 시스템업체 UIS(유나이티드 인터그레이티드 서비스) 등의 상호와 로고가 박힌 근로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화학 솔루션업체 시카 훈텍 케미컬 테크놀로지 타이완(Cica-Huntek Chemical Technology Taiwan)은 중국업체 2곳에 대한 화학물질 공급 시스템 건설 계약을 따냈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해당 업체들은 선전 펀선 테크놀로지(PST), 펑신웨이 IC로 작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업들로서, 이들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8월에는 프랑스 화학업체인 에어 리퀴드의 탱크 트럭도 펑신웨이 IC 캠퍼스를 떠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화웨이의 반도체 공장 건설에 있어 대만 기업들이 가담하고 있는 것은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에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특히 중국이 수시로 대만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반도체업계가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를 도와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포위망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대만 국립 청쿵대학의 리정시안 전기공학 교수는 "대만 기업들의 도움으로 지어진 이 공장들에서 생산된 칩이 결국 대만을 겨냥한 중국제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다"며 "만일 대만 기업들의 화웨이 지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방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화웨이가 중국 전역에 비밀 반도체 공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가 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비밀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및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8월 말 화웨이가 중국 자체 생산 칩을 사용해 개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공개하면서 미국 정계와 산업계는 당황한 상태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화웨이와 중국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美 제재 위반 여부는 불확실
다만 대만 기업들의 화웨이 협력 연루 가능성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을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모든 사업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보다는 미국 기술이 화웨이로 반입되는 것을 주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탑코 사이언티픽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자회사가 펑신웨이 IC의 수처리 공정 계약을 진행 중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환경 프로젝트는 미국 제재와 관련이 없고 해당 계약은 블랙리스트 등재 전에 따낸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로펌 에이킨 럼프의 무역 정책 전문가 케빈 울프는 해당 대만 기업들의 미국 제재 위반 여부를 확인하려면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경제부는 해당 대만 기업들의 화웨이 연루 여부 및 중국 내 지역에서의 활동 내역을 조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이들은 또한 "경제부는 이 기업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가 미국법에 의해 금지된 것이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유의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만 기업들의 중국 반도체 기업 지원 제재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작년 천정치 대만 경제부 차장(차관)은 산업 혁신을 군사적 방향으로 추진하는 중국의 이른바 '민군 융합' 정책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을 대만 기업들이 지원했다는 소식에 대만 내에서도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립대만대학의 리충난 전기공학 교수는 화웨이에 협력한 대만 기업들에 대해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대만 국민들의 안보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