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高에 포위된 韓경제] 가계빚 증가율 日 2배…이자부담 '역대 최대'

2023-10-04 05:00
GDP 대비 가계부채 5년간 92→108%
고금리에 가계 이자지출 40%대 증가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이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이자 부담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부채 관리 여부에 국가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는 주장을 허언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이유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7년(92.0%)과 비교하면 16.2%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는 민간 부채(가계·기업) 데이터가 집계되는 26개국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한국에 이어 슬로바키아(9.1%p), 일본(7.7%p), 요르단(6.0%p), 룩셈부르크(3.9%p), 칠레(2.8%p), 스위스(2.5%p), 독일(2.3%p)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영끌족'이 급증한 결과다. 

가계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 통틀어 최대치다. 월평균 소득(479만3000원)에서 차지하는 비중(2.7%)도 역대 최대로 기록됐다.

이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 증가 폭을 크게 상회하는 모습이다. 가계 소득의 경우 지난해 2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12.7% 급증했다가 올 2분기에는 0.8% 감소했다. 팬데믹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 보전금 지급 등이 종료된 영향이다. 

반면 이자 지출은 지난해 2분기 7.1% 늘어난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42.4% 급증했다. 증가율로는 지난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특히 고금리까지 겹쳐 가계 등골이 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5%에서 현재 3.5%로 2년 새 3%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가계의 이자 지출도 월평균 8만6000원에서 13만1000원으로 52% 늘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탓이다. 실제 국고채 등 국내 시중금리는 연일 오름세다.

이자로 내는 돈이 늘면 가계 소비 여력은 감퇴할 수밖에 없다. 지난 2분기 가계 소비지출은 2.7% 늘어나는 데 그쳐 2021년 1분기(1.6%) 이후 최소 증가율을 보였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이 0.5% 감소하는 등 내수 둔화가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