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난감 레고에 스토리와 숨결을…춘천 레고랜드엔 '성덕' 5인방이 산다
2023-10-06 00:00
모델 디자인부터 유지보수까지…레고 향한 애정으로 똘똘 뭉쳐
"취미 넘어 실전적 기술력 갖춰야" 글로벌 협업에 외국어 필수
한땀한땀 쌓아올린 11m 타워 등 미니랜드 속 장면 찾는 재미 쏠쏠
"취미 넘어 실전적 기술력 갖춰야" 글로벌 협업에 외국어 필수
한땀한땀 쌓아올린 11m 타워 등 미니랜드 속 장면 찾는 재미 쏠쏠
레고 브릭을 활용해 원하는 모형을 기획하고 훌륭한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들이 바로 모델 빌더다. 어디 그뿐인가. 브릭모델 디자인은 물론 유지보수도 이들 몫이다.
지난달 21일 "오직 레고랜드코리아에서만 볼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오늘보다 더 나은 레고랜드코리아의 내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레고랜드코리아 주역 모델 빌더 5인방을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레고랜드를 레고랜드답게
"모델 빌더는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미지의 분야입니다. 레고 부품을 이용해 마음껏 모델 빌드를 할 수 있다는 점,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항상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아요."
레고를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똘똘 뭉친 레고랜드코리아 모델 빌더들은 '팀'으로 움직인다. 이름하여 MAS다. 레고 조형물과 조형물의 움직임, 신호 체계 전반(Model, Animation, Signage)을 맡고 있는 부서라서 이렇게 이름붙였다.
이준우(June, 이하 준) 빌더는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레고랜드가 그냥 랜드가 되지 않도록 브릭 모델을 디자인하고 디자인에 맞게 만들어낸다. 레고 모델과 조형물 등을 애니메이터와 함께 유지보수하는 일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산(San, 이하 산) 빌더는 애니메이션을 담당한다. 많은 이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만화영화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레고랜드 내에서 애니메이션은 다른 의미다. 파크 내에 각각 어트랙션에 설치된 조형물 또는 레고 모델이 살아 움직이는 효과를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인 '성덕'인 신승언(Brad, 이하 브래드) 빌더는 2차 창작물 제작 담당이다. 창작 활동을 하고 스톱 모션을 만든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학'을 전공했다는 신승언 빌더는 영상제작 수업 수강 당시 스톱 모션을 처음 접한 뒤 레고 스톱 모션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게 됐단다. 종강 이후에도 혼자 연구하며 영상을 제작했고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이후 '모델 빌더' 채용 공고를 보고 이 영상들을 당당하게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있었다고.
모델 빌더를 업으로 삼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유년 시절 레고를 갖고 놀던 추억만 품었다고 해서 모델 빌더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모델 빌더들은 "레고를 좋아해야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레고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레고를 취미 정도로만 좋아할 게 아니라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전적인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언어'다.
레고랜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에 주기적으로 해외 담당자들과 업무 미팅을 한다. 디자인적·기술적 측면 등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갖춘다면 소통하고 협업하는 데 동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모델 빌더들은 한결같이 강조한다.
남승협(Peter, 이하 피터) 빌더는 "언어 장벽이 단점으로 꼽힐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실력이 갖춰진다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또한 모델 빌더들이 갖춰야 할 요건이다. MAS팀은 거대한 모델을 옮기기 위해 지게차를 조종하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모델을 점검하기 위해 스카이리프트(고소작업차)를 조종하기도 한다.
이에 팀원 중에는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사설 브릭 모델 스튜디오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이도,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소프트웨어 또는 3D 도면을 다루거나 3D프린터, CNC(컴퓨터수치제어) 장비를 운용할 줄 아는 이도 있다.
이호영(Hoyoung, 이하 호영) 모델 빌더는 "다양한 장르의 모델들을 만들어야 하니 경험하지 않은 분야일지라도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호회 활동도 추천했다. 호영은 "대한민국에 레고 동호회가 줄고 현재 활동하는 동호회도 이전보다 감소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동호회 활동으로 자기 작품을 어필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활동들을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많아지면서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입사 후 제작한 모델에 애착 깊어
레고랜드에서 없어선 안 될 모델 빌더들. 이들이 레고랜드코리아 내에 조성한 조형물은 일일이 손에 꼽을 수 없을 많큼 많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책임지는 만큼 모든 모델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겠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모델은 분명 존재한다.
준은 "스위치 모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레고랜드에서 오프닝 이벤트 때마다 레고랜드를 켠다는 의미에서 스위치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모델은 그가 레고랜드에 입사해 제작한 첫 대형 모델이라 더 의미가 깊다고 한다.
그는 "이 스위치가 레고랜드를 연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저에게는 가장 애틋하면서도 자랑스러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피터는 "황금 열쇠 모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파크의 중요한 권한을 인수·인계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래드는 "과거 저희 부모님이 결혼하셨던 장소인 춘천 잭슨나인즈 호텔에 드레곤코스터가 전시돼 있다. 가끔 퇴근길에 들러 제 작품을 보곤 하는데 더 뿌듯한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레고랜드, 아는 만큼 즐겁다
모델 빌더들은 "레고랜드는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우선 레고랜드를 더 알차게 즐기는 방법은 '야간 관람'이다.
올해부터 야간 개장을 실시한 레고랜드는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답게 변신한다. 미니랜드 건물 내에 설치된 LED 조명들이 빛을 발하는 덕분이다.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미니랜더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터는 미니랜드 내 큰 타워(롯데 타워) 감상을 적극 추천했다. 총 높이 11m에 달하는 이 모델은 현재 레고랜드 실외에 설치된 건물 중 가장 높다. 현재 전 세계 미니랜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레고랜드 두바이 실내 미니랜드에 위치한 부르즈 칼리파(17m)다.
그는 "타워 모델이 자연광을 받는 모습도, 야간에 조명이 켜진 모습도 아름다워 많은 관람객에게 촬영 명소로 주목받는 곳이다. 이 밖에 운이 좋다면 제주 성산 일출봉에서 해가 지는 아주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준은 "레고랜드코리아 관람 시 직원 명찰에 달린 미니 피규어를 본인 미니 피큐어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집에 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미니 피규어가 있다면 레고랜드 직원의 미니 피규어와 바꿀 수 있으니 가져오라"고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