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양극화에서 초양극화로] '서울' 쏠림 더 강해지고, 지방은 무너지고··· 부동산 초양극화 시대 열렸다

2023-10-04 06:00
연간기획 - 극의시대

[그래픽=아주경제]
전국적으로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 등 비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고,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집값 하락기에 관망하던 아파트 대기 수요가 올 초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기점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평균 가격은 서울이 전국 대비 두 배를 넘어섰고 서울 시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인기 지역 위주로 집값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선 만큼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는 양극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불평등 정도를 정량화하는 지니계수를 주택 시장에 도입해 전국 아파트 가격 격차 동향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 지니계수는 8월 말 기준 0.441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아파트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로 1에 가까울수록 아파트 간 상대적인 가격 격차(불평등도)가 크다는 의미다.

아파트 지니계수는 2020년 10월 0.462를 기록한 후 작년 12월 0.426까지 꾸준히 하락했으나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 반등과 함께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직방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지수와 지니계수가 거의 동시에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올해 전국 아파트 시장이 비싼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며 전체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국 아파트 가격 격차가 확대된 것은 지역별 아파트 가격 반등 속도가 다르게 나타난 영향이다. 

직방에 따르면 가격 격차가 다시 커지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8월까지 주요 시도별 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세종(10.4%), 경기(8.3%), 서울(8.1%) 순으로 높았다. 반면 충북(3.2%), 울산(2.2%) 등 나머지 지역 상승률은 5%를 넘지 못했다. 제주는 2.3% 감소했다.

특히 전용면적 84㎡ 기준 작년 12월 지역별 아파트 평균 가격을 보면 서울은 10억4000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4억8000만원보다 5억6000만원이나 높았다.

수도권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매매 실거래 통계 기준 지난 7월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11%, 지방은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도 마찬가지다. 7월 기준 서울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는 6월(1.89%) 대비 1.11% 올랐다. 이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올 1월부터 7개월째 상승하며 누적 기준으로 11.17% 상승했다. 지난 한 해 실거래 가격 하락 폭(-22.22%)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를 회복한 것이다.

반면 지방 아파트 값 상승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7월에 0.39% 오르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올 들어 누적 상승률은 1.25%에 그쳤다. 지방 아파트 값이 지난 한해 10.66%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상당히 저조하다. 지방 광역시도 올해 1~7월 상승률이 1.89%에 머무르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올해 초 조정대상지역 해제와 더불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금융 규제 완화 영향으로 작년 침체기에 누적된 아파트 대기 수요가 수도권 아파트로 더 많이 몰리고 있다"며 "아파트 가격 격차 동향 또한 공공에서 예의 주시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서도 핵심 지역과 외곽 지역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는 고가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반면 외곽 지역은 회복 속도가 더딘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2만5305건 가운데 6억원 이하는 6476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 중 25.6%에 이르며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이다. 특히 도봉구는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량 800건 중 6억원 이하 거래량이 626건으로 전체 중 78.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체 중 17.5%인 4428건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서초구 75.1%, 강남구 70.6%, 용산구 63.4%, 송파구 51.7%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값 회복세 속에서도 서울 외곽 지역은 뒤늦게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강북구와 도봉구, 강서구는 올해 상반기(1~6월) 내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하락했다. 상반기 내내 하락세를 기록한 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세 곳이 유일하다. 강북구는 7월 셋째 주(17일 기준) 들어 처음 상승 전환됐고 도봉구는 7월 둘째~셋째 주 연속 보합을 기록하다 넷째 주 들어 상승으로 돌아섰다. 강서구는 둘째 주 보합, 셋째 주 상승세로 바뀌었다. 

연초에 비해 외곽 지역 집값은 더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온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9월 강북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8.7로 6개월 전(91.6)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노원구(88.4→84.7)와 도봉구(89.3→83.7)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강남구는 95.6에서 96.6, 송파구는 90.5에서 93.0으로 상승했다. 

실거래 가격도 이 같은 격차를 반영하고 있다. 압구정, 성수 등 핵심 지역에서는 전 고점을 뛰어넘은 신고가 거래가 나오지만 도봉구·노원구 등 외곽 지역에서는 최고가 대비 반 토막 수준인 하락 거래가 이어지기도 한다. 

도봉구 창동 '주공17단지' 전용 36㎡는 지난 8월 22일 과거 최고가 5억9900만원(2021년 8월) 대비 46% 떨어진 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강서구 염창동 '염창동아3차' 전용 59㎡는 지난 9월 4일 최고가 10억5000만원(2022년 3월)보다 4억5000만원 빠진 6억원에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는 지난 8월 2년 전 최고가(10억3000만원)보다 41% 하락한 6억원에 팔렸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3차 전용 161㎡는 직전 최고가인 36억원(2019년 11월)보다 17억원 오른 53억원에 지난 8월 28일 거래됐다. 8월 5일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244㎡는 직전 최고가62억2000만원(2021년 11월)에서 12억원 이상 오른 74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용산구 '용산파크e편한세상' 전용 113㎡도 지난 8월 3일 18억9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9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도 전월 대비 1.28% 올라 2021년 10월(1.42%)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시가총액(가구 수×가격) 기준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산출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내외 불안 요소가 이어지며 입지별로 주택 시장 온도 차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지금 서울에서도 전 고점 회복 기대감을 보이는 곳들은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 그친다"며 "서울 시내에서도 강남 등 최고 주거지는 계속 가격이 오르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은 정체되면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고금리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 불안 요소가 여전해 수요가 집중되는 곳 위주로 회복되고 있다"며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외곽과 핵심 지역 간 양극화가 심하다. 서울에서 외곽 지역은 점진적으로 오르더라도 상승 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