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글로컬대, 매년 200억 지원받아도 '학생당 교육비' 서울대 38.5% 수준

2023-09-25 09:50
지난해 학생 1인당 교육비, 서울대 5804만원·전남대 2412만원
내달 말 글로컬대학 본지정 두고 대학 경쟁 치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대학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비수도권 대학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세계적+Local·지역적) 대학' 본심사를 앞둔 가운데, 글로컬대학에 지정돼도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차이를 줄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대학별 학생 1인당 교육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804만원으로, 글로컬대 예비 지정된 강원대·강릉원주대(1936만원) 보다 3868만원 많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지난 6월 '1도 1국립대' 모델을 제시해 글로컬대학으로 예비지정됐다.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거점국립대 9곳의 2.6배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학교가 재학생 기준 인건비·운영비·장학금·도서구입비·실험실습비·기계기구 매입비에 투자한 비용이다.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2년 일반·교육대학과 전문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각각 1851만원과 1176만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그러나 학교별로 보면 상황은 다르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학생 1인당 교육비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804만원으로, 거점국립대(강원·경북·경상·부산·전남·전북·제주·충북·충남대) 9곳(평균 2215만원)의 2.6배에 달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 소속 총장들은 지난해 2월 당시 여야 대선후보에게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어야 국가 균형발전을 앞당기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국립대학법' 제정으로 서울대의 3분의 1에 머물러 있는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국립대 법인 평균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15개교. 포항공대는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많이 계산된다. [표=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지난 6월 거점국립대 중 6곳이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보면 △강원대·강릉원주대 1936만원 △경상국립대 2013만원 △부산대·부산교대 2216만원 △충북대·한국교통대 2203만원 △전남대 2412만원 △전북대 2141만원 등이다. 

올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200억원을 지원받아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강원대·강릉원주대 2005만원 △경상국립대 2112만원 △부산대·부산교대 2285만원 △전남대 2498만원 △전북대 2234만원 △충북대·한국교통대 2284만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컬 예비지정된 6개 대학이 올해 정부 지원을 받아도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236만원으로, 서울대의 38.5%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글로컬대학에 지정돼도 서울대엔 역부족"이라며 "지방대 입장에선 상당한 지원이지만 여전히 교육투자의 기존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글로컬대학 여부를 떠나 (대학별 불균형 해소)나 고등교육 재정 지원 확대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재정 지원 서울대 80~100% 수준 늘려야..산학협력도 필요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역과 대학 간 협력을 강화해 지방대를 살리겠다"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교육부는 2026년까지 글로컬대학 30곳을 선정해 학교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10개 대학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10개 대학 내외, 2025~2026년도 각 5개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지난 6월 글로컬대 예비지정에 15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들 대학은 내달 6일까지 대학 구성원·지방자치단체·지역 산업계와 함께 실행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본지정 평가를 통과하면 내달 말 10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특성화 지방대학으로 지정된다. 

지방대 입장에서 글로컬대학 선정 여부는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2040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약 28만3017명이다. 2024학년도 대학 입학 선발 인원은 51만884명이다. 절반 가까운 대학이 '학생 미달'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지방거점국립대에 서울대 80~90% 수준으로 줄 수 있도록 확대하거나, 산학협력 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컬 사업에 따른 재정 지원만으로는 서울·수도권 대학과 교육 투자 격차를 좁히기 어렵고, 지역에서도 글로컬 선정 여부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대학에 재정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산학연 등 지역 경제와 지자체 행정이 결합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글로컬대학으로 재정 지원을 받는 곳은 존속해도 다른 곳은 위축되는데 또 다른 양극화 대비도 해야 한다. 특히 고등교육 위기 상황이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별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