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로 본 韓경제] 수출도 어려운데 내수마저…대내외 변수에 업종별 '온도 차'
2023-09-18 05:00
등락 거듭하던 서비스업 전력, 1.8% 감소…외부 활동 위축한 듯
자동차·'폭염 수혜' 음료 증가…반도체·'부동산 영향' 가구 감소
자동차·'폭염 수혜' 음료 증가…반도체·'부동산 영향' 가구 감소
#1. 세종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고민에 잠을 못 이룬다. 수해로 원재료값이 오르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은 탓에 수익성이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정비용이라도 아끼려 식당 내 에어컨 3대 중 한 대만 가동 중이지만 이런 조치가 들어서려던 손님까지 내쫓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2.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업종 역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하반기 수출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시계제로다. 기흥의 한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 B씨는 "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감감무소식"이라며 "공장 가동률이 낮다 보니 전기료는 좀 줄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하반기 들어 서비스업 전력 사용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 소비까지 침체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서비스업 전력 사용량 하락 반전…내수 어쩌나
17일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월보를 살펴보면 지난 7월 '서비스업 및 기타' 부문의 전력 사용량은 1345만5031㎿h로 전년 동월 대비 1.8% 줄었다. 올 들어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5월(0.5%)과 6월(1.0%) 반등한 뒤 7월 들어 다시 하락 반전했다.
서비스업 및 기타 전력 사용량은 일반점포 등 소상공인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내수 경기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수치다. 해당 부문의 전력 사용이 늘면 소비 확대와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만하지만 그 반대라면 내수 둔화를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지표가 모두 악화하며 1년 전보다 1.7% 떨어졌다.
車·폭염수혜↑, 반도체·부동산↓…업황 따라 갈려
산업용 전력 사용량도 전년 동월보다 4.5% 줄며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나 홀로 수출 호조를 보이는 자동차업과 역대급 폭염 수혜를 본 음료업은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다. 반면 반등 기미가 더딘 반도체와 경기가 부진한 부동산 관련 업종은 위험 징후가 더 짙어졌다.
7월 자동차 제조업 전력 사용량은 164만5132㎿h로 올 들어 1월(164만7704㎿h) 이후 둘째로 많았다. 1년 전 같은 달(163만3572㎿h)보다는 0.7% 늘었다. 자동차 산업 활황은 수출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7월 자동차 수출액은 59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5% 늘었다.
올여름 폭염으로 서민들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음료업체들은 신바람을 냈다. 7월 음료 제조업 전력 사용량은 12만7173㎿h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로 9만~10만㎿h 정도를 기록하다가 7월 들어 껑충 뛰었다. 직전 월인 6월(11만9593㎿h)과 비교해도 6.3%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의 경우 전력 사용 추이로도 업황 부진이 드러난다. 7월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 업종의 전력 사용량은 514만6577㎿h로 1년 전(558만8122㎿h)보다 8.57% 줄었다. 같은 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3.6% 급감했다. 1년 넘게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가구 제조업의 경우 7월 전력 사용량이 4만8044㎿h로 5.9% 감소했다. 주택 매매가 활발하고 이사가 잦아져야 가구 판매도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부동산 업황이 여전히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