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휘더라도"...유치원 사교육비, 5년 새 38% 늘었다

2023-09-17 10:39
2020년 제외하고 대부분 학교급별 증가 추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사교육의 출발선이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유치원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5년 만에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부모의 사회에 대한 인식 및 태도가 사교육비 지출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17일 김혜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2018~2022년 학교급별 사교육비 지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사교육비 지출이 코로나19 대유행이던 2020년을 제외하고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에서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자녀 1명당 사교육비 월평균 지출액을 학교 단계별로 보면 유치원이 22만4000원, 초등학교가 42만원, 중학교가 54만5000원, 고등학교가 68만4000원이었다.

고등학교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2018년 대비 1.6% 줄어든 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지출액은 각각 18.0%, 9.4% 늘어났다. 특히 유치원은 2018년 16만2000원에서 38.3%(6만2000원) 증가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지난해 가구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유치원 사교육비 지출은 16만원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는 25만원, 중학교는 36만원, 고등학교는 54만8000원이었다. 2018년과 비교하면 1분위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모든 학교급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고등학교 사교육비 증가 폭이 55.7%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소폭 감소하는 등, 유치원을 제외한 모든 학교급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5분위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유치원 30만1000원, 초등학교 58만9000원, 중학교 75만1000원, 고등학교 95만1000원이었다.

김 연구위원이 부모의 사회 인식 및 태도가 사교육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소득 격차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부정적일수록 자녀 사교육비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노력보다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사교육비 지출을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낮고 부정적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교육 정책 수립 시 부모의 사회적 인식 및 태도를 사교육비 지출의 주요한 영향 요인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사교육비 규모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등에 초점을 맞춘 사교육 모니터링 체계는 사교육의 다차원적 양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환경적 변화,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포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