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5년간 금전사고 1000억원 육박…회수율은 10%대 불과

2023-09-12 15:09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요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서만 2019년부터 지난 7월까지 991억927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전사고액 대부분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7월까지 국내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 규모가 가장 컸다.

우리은행에서는 이 기간 668억13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전사고가 발생했고 KB국민은행(174억6090만원), 하나은행(61억6337만원), 신한은행(58억1771만원), NH농협은행(29억378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금전사고 유형 중에는 고객 예금이나 회삿돈을 가로채는 횡령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외부인에 의한 사기, 해외 지점의 무장강도 사고 등도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발생한 600억원대 횡령 사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50억원 규모의 부동산담보대출 서류 조작(업무상 배임) 사고가 포함돼 규모가 컸다. KB국민은행 직원의 업무상 배임 사고는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손실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금전사고 중 회수가 이뤄진 금액이 108억2508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형은행들도 전체 금전사고 규모 중 10.9%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회수율이 저조한 것은 사고를 인지하는 시점이 늦어 후속 조치도 지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이 61억6337만원 중 46억8677만원을 되찾아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76.0%의 회수율을 보였다. NH농협은행은 금전사고 규모의 69.5%에 해당하는 20억4260만원을 되찾았고 신한은행은 15억3961만원을 회수해 회수율 26.5%를 기록했다. 금전사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19억1400만원(2.9%), 6억4210만원(0.4%)을 각각 회수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최근 은행권에서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은행권과 함께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전국의 은행장들을 소집해 내부통제 운영 실태에 대해 자체 점검하고 그 결과를 은행장이 직접 확인·서명해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수년에 걸쳐 횡령 등 금전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적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의심되고 회수도 대단히 미흡한 상황”이라며 “은행은 고객 자금을 취급하는 담당자에 대한 명령 휴가를 대폭 확대하고 금감원도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