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불참한 習... 하얼빈공정대서 '강국강군' 건설 외쳐

2023-09-10 13:16
6~8일 하얼빈 시찰…'美 제재' 대학 방문
9~10일 G20 개최 시점과 맞물려
中국책연구소 "印, 지정학적 갈등 부추겨"
국경 분쟁 등 껄끄러운 印 맹비판
美주도 G20 환멸...2026년 의장국 '반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6~8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시찰했다. 시 주석이 하얼빈공정대를 방문해 학생, 교수들과 교류하고 있다. [사진=중국정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각) 미국의 제재를 받는 하얼빈공정대를 방문해 강국강군 건설에 이바지할 것을 촉구했다. 때마침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돌연 불참한 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서다. 
 
'美 제재' 하얼빈공정대 방문···'강국강군' 건설 이바지하라"
중국 국영중앙(CC)TV는 시진핑 주석이 7일 오전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하얼빈공정대를 시찰해  "'하군공(哈軍工, 하얼빈공정대의 전신인 하얼빈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공정학원)' 정신을 이어받아 강국강군 건설을 위한 중기(重器)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학생을 독려했다고 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청년들은 과학기술로 국가에 보답해 과학의 발전에 용감히 올라타 강국건설·민족부흥의 위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춘의 빛을 뿜어내라"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수중무인장비 개발 및 '양탄일성(兩彈一星)', 즉 핵폭탄·미사일·인공위성 개발 및 최신기술 현황을 청취했다고도 CCTV는 보도했다. 

하얼빈공정대는 중국 건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1953년 설립한 중국 최초의 종합 군사공학대학이다. 전신은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공정학원으로, '국방칠자(國防七子)' 중 하나로 불린다. 국방칠자는 중국 국방부 국방과학기술위원회가 직속 관리하는 중국 국방 산업 전문 대학 7곳을 가리킨다. 

특히 선박산업, 해군장비, 해양개발, 원자력응용 등 네 가지 분야에 특화됐으며, 졸업생의 절반 가까이가 국방 계통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 국산항모인 랴오닝함·푸젠함이나 유인 심해잠수함 자오룽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홍콩 명보는 보도했다. 2020년 미국 상무부로부터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는 이유로 수출통제 블랙리스트 명단에도 올랐다.

시 주석이 하얼빈 시찰기간 동북진흥 좌담회를 주재한 기사도 10일 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헤드라인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딩쉐샹 상무부총리 등이 배석한 이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동북 지역 진흥 근간은 실물경제, 핵심은 과학기술 혁신, 방향은 산업 업그레이드에 있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9월 10일 자 1면 헤드라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8일 하얼빈 시찰 당시 현지에서 동북진흥 좌담회를 개최한 기사가 게재됐다. [사진=인민일보] 
 
"美·印 G20 분열 조장···美 2026년 순회의장국 '반대'"
9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올해 순회 의장국인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교류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시 주석이 하얼빈을 시찰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9~10일 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이다. 매년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시진핑 주석은 올해는 별도의 설명 없이 리창 총리를 대신 파견해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중국이 국경 분쟁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G20 의장국 인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9일 중국 정부 싱크탱크는 인도를 맹비판한 칼럼도 게재했다.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SNS 계정에는 9일 '인도의 '커다란 포석'과 '얄팍한 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쉬친 CICIR 남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이 글에서 인도가 G20 순회 의장국 지위를 악용해 지정학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가 국제 관례를 어기고 앞서 3, 5월 G20 관련 회의를 중국·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에서 개최해 국제적 관심·지지를 얻어냄으로써 영토분쟁을 올해 G20 의제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는 올초 중국·브라질을 뺀 나머지 120여개 개도국을 초청해 '글로벌사우스(남반구) 정상의 목소리' 화상회의를 개최해 회의를 장악하고 중국·브라질 등 주요 개도국 영향력을 약화하려 했다며, 인도가 G20 순회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글로벌 개도국 대변인 행세를 했다고도 꼬집었다. 

이 밖에 인도가 미국 등 서방의 중국 '부채 함정' 외교에 호응해 개도국 부채 구조조정 문제를 내세워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G20 순회 의장국인 인도가 G20이라는 글로벌 거버넌스 플랫폼에 지정학이라는 '밀수품'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G20 내부 분열을 조장해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을 막아 결국엔 글로벌 발전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주도의 G20에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대한 것이란 진단도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G20 정상회의 방해꾼은 누구인가'라는 제하의 사평을 게재해 종종 '인도와 한편'이라 주장하는 미국 등 서방국이 G20 정상회의 개최 전부터 분열을 부추겨 글로벌 경제협력 플랫폼에서 사욕을 채우려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2026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도 제동을 걸었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개최된 이래 2025년이면 모든 회원국이 한 차례 이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26년부터 미국이 다시 의장국을 맡을 계획이다.

그런데 중국이 비공개 외교 회담에서 미국의 2026년 G20 순회 의장국 선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블룸버그는 9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미·중 간 극심한 갈등상을 노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