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전자산] 개인투자자 국채 순매수 25조원...지난해 대비 2배

2023-08-29 18:00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 여파

그래픽=김효곤 기자
 
美 중소은행 위기·코스피 조정 임박 신호
신규 투자금액 매달 평균 3조원대 유입
달러·金 등 파생상품 순매수세도 증가


미·중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 중 국채 선호가 작년 대비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장기채 발행 증가로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의 국채 선호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달러·금 등 관련 파생상품 순매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총 2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유형별로는 국채(9조원) 순매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이어 회사채(7조원), 기타금융채(5조원), 은행채(3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기타금융채(여전채)와 회사채 등 고금리 순으로 민간채에 대한 순매수세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 3월 미국발 중소형 은행 위기 이후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는 국채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이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며 글로벌 장기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차익 실현을 노리는 신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금액은 매달 평균 3조원대 이상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증권사들이 리테일 판매를 많이 하며 조 단위로 채권을 판매했다"면서 "올해까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까지 넘치는 유동성에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스피 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미국 중소형발 은행 위기로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중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발 부동산 경기 악화 등 경기 침체 시그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석환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 투자 악화, 소비 둔화로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 6월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약 한 달 동안 8678억 달러(약 1151조원) 가까운 부채가 증가했는데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속도와 증가 폭”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미 하반기 경기 침체 국면을 예상하며 증시 조정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더 큰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부채)은 지난 2분기 동안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15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회생 건수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높아지는 경기 침체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연 고점 경신을 앞두는 등 강달러도 장기화하고 있다. 그 덕분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에 430억원어치를 투자했다. 그 밖에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와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등 다른 곱버스 상품도 20억원 이상 사들였다.
 
투자자들은 약달러에 대비해 달러 선물가격 움직임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달러 인버스 상품에도 같은 기간 50억원 이상 투자하며 분할 매수하고 있다.
 
달러 가격과 반대인 금 ETF에 대한 순매수세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KODEX골드선물 등 금 관련 ETF 순매수 금액은 총 -188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관련 상품 순매수 금액은 -25억원까지 대폭 줄었다.
 
김 연구원은 “미국 부채 부담이 더 늘어난 만큼 이는 대규모 장기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그만큼 장기채 변동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을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