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경력 채용' 첫 도입···유학생 등 R&D 인재 확보 나서

2023-08-28 16:30

삼성이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등 연구 역량을 갖춘 우수 외국인 인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3사는 연구개발(R&D) 분야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삼성은 글로벌 R&D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리크루팅 활동을 계속해 왔다. 이에 더해 이번에는 국내 근무를 희망하는 외국인 인재를 위해 새롭게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 전형'을 도입했다.

해외 현지에서 근무할 인재를 뽑는 것과 별개로 국내에서 일할 외국인 경력사원을 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채용되는 외국인 인력은 각 계열사 국내 사업장에서 국내 임직원과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삼성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 보유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다. 또 내년 2월 대학 졸업예정자 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이 대상이며 학사 취득 후 2년 이상 유관 경력 보유자는 우대한다. 석·박사 학위취득(예정)자는 수학 기간을 경력 기간으로 인정한다.

지원 희망자는 삼성 채용홈페이지를 통해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삼성은 9월 서류전형, 10월 면접, 11월 건강검진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에 남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인력의 취업 기회를 뺏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은 현재 내국인 R&D 인력을 대상으로도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다음 달 초에 하반기 신입사원 정기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신입사원 정기 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가 함께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선다. 신입 채용 절차는 직무적합성검사와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면접 등을 거쳐 진행되며 예년처럼 상·하반기 합쳐 1만명 이상을 채용할 전망이다.

삼성이 글로벌 R&D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방침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133조원 투자 방안을 발표한 이후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해 R&D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회장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매년 역대 최대 R&D 투자액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R&D 비용 총액은 2018년 18조6620억원에서 지난해 24조9292억원으로 4년 만에 33.58%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투자액 규모가 13조7779억원으로 집계돼 하반기에 큰 변수가 없다면 지난해보다 R&D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규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