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산업 위기] 상용차 이어 승용차까지···국내 車시장 파고든 中전기차

2023-08-29 05:40
현대차, 연산 13만대 규모 인도GM 인수
현대제철은 인니·삼성전자는 베트남으로
중국기업들도 가성비 내세워 해외 진출

국내 기업들의 최대 판매·수요처였던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린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제3국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기존에 생산의 주축이었던 중국 비중을 줄이고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앞다퉈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공급망 새판 짜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까지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서둘러 기업들의 원활한 해외 투자 유치, 판로 확대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동남아, 중동, 호주 등을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하고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사드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판매량·매출이 흔들렸던 국내 기업들은 중국 경기 침체가 심화하자 서둘러 신흥 시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업계다. 현대차는 연산 13만대 규모인 인도 GM 공장을 인수했다. 향후 10년간 2000억 루피(약 3조2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처음으로 인도 공장을 방문해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동, 동유럽 역시 국내 기업들의 신시장으로 지목된다. 인구 5억명에 육박하는 중동 시장은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강력한 수소·전기차 전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일머니로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해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지역 최초로 자동차 반제품조립 공장을 설립했다.  

철강업계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판로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인도네시아 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해양플랜트용 강재 등 고급강 위주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현지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베트남스틸서비스센터 지분 15%를 확보하면서 현지 프리미엄 컬러강판 수요 발굴에 나섰다.      

전자업계도 중국에 집중돼 있던 공급망을 베트남 등 제3 지역으로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휴대폰 공장을 두고 있으며 베트남 하노이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건설도 시작했다. 석유업계는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 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을 인수했고 미국에는 에틸렌크래커센터 건설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은 인도에서 자체 브랜드 윤활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제3국에서도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력·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자국 경기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 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제3 시장에서도 중국에 밀리면 국내 기업들의 대중 수출뿐 아니라 글로벌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3% 점유율로 3위를 기록 중이다. BYD는 1% 점유율로 4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올해 전기차 1만5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시장 2위를 노리고 있다. 철강업계에도 중국 기업은 강력한 경쟁 상대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동남아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 건설·부동산 시장 수요 둔화까지 더해지며 재고 물량이 저가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에 생산설비를 크게 증설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요는 중국이 절대적으로 높아 대체 수출시장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중국이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품에 대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주요 업종별 수출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무역금용·마케팅·해외 인증 지원 방안과 품목·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수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둘째)이 현대차 인도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인도 전략 차종 생산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