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금융위기 우려에 경계심 높인 당국…"변동성 확대 가능성"
2023-08-21 16:36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위기와 중룽신탁의 신탁상품 환매 연기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 위축과 관련 소비 침체, 민간투자 부진 등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진 상황에서 중국의 금융시장 긴장감이 글로벌 금융시장 및 국내에 미칠 영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선 것이다.
21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발 디플레이션 우려점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채와 부동산 침체, 청년실업률 증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내수 진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중국 실물경기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금융시장도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중국과 한국은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동조성이 높아 중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국내 시장 위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관계당국도 중국발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한 정책 대응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중국경제 상황반’에 합류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자체적으로 중국 부동산 리스크 일일 점검반을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내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관계당국은 일단 국내 금융권이 노출된 위험 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와 관련해 국내 금융사가 노출된 위험은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는 있지만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퍼질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 내 상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시각과는 반대로 중국 금융시장에 갑작스러운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도 안심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최근 현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부동산 시장)수요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후퇴하면 전 세계적으로 경기·교역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중국발 금융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과 한국 간 금융시장 동조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금융시장 부진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망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이 어려운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1~7월 한국의 총수출 중 중국 비중이 20%”라며 “주요국 중 중국만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저물가 현상이 계속되면 생산 위축으로 이어져 수출 부진 심화, 중국 진출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