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경련 가입 논의···'조건부 복귀' 가능성 커져

2023-08-16 16:05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전국경제인엽합회 재가입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이 '조건부' 재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재가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준감위는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5개 계열사에 대한 전경련 복귀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준감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전경련 참여와 관련해 위원들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추가 회의는 18일 오전 7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삼성 준법위가 임시회를 여는 것은 그 자체로 전경련 재가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경련 복귀를 검토하지 않는다면 준감위가 임시회의를 통해 이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이날 이 위원장이 임시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에 따라 그러한 (재가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조건부 재가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아직 재가입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위원회는 아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상황에서 항상 회의를 하기 때문에 위원들 의사가 결정되기 전에 위원장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전경련이 내놓은 자체 개혁안을 충분히 검토해 자유로운 상황에서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맹목적인 찬성이나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라 삼성에 건강한 준법 경영이 확립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감안하면 전경련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삼성이 '정경유착 논란에 다시 휘말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권고안 등을 제시하며 '조건부 재가입'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앞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이 정경유착 고리로 지목되자 현대차, SK, LG 등과 함께 회원사를 탈퇴했다. 하지만 전경련이 대대적인 혁신에 착수하면서 4대 그룹 재가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흡수합병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새 회장으로는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대 그룹 복귀가 재계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이 먼저 복귀를 결정하면 현대차와 SK, LG 등도 자연스럽게 재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