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 발등에 불…금융위 "DSR규제 우회·과잉대출 살펴야"

2023-08-16 17:10
16일 은행장 간담회서 "대출 과정서 차주 소득 확인 등 점검 필요"
50년 초장기 주담대엔 만 34세 기준 설정 검토…"내용 살펴볼 것"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관리감독기관인 금융당국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가계부채가 연체율 등 부실 리스크와 물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권에 대출 규제 우회와 과잉 대출 여부에 대한 점검을 주문하는 한편 초장기 주담대 등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일선 시중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출금융 지원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감소하던 가계부채가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면서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을 활용하거나 비대면 주담대에서 소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등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 주제가 '수출금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모두 발언 내용은 다소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또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일반 상식에서 벗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없는지, 상환 능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 달라"며 "중장기적으로 고정금리 대출 확대, 커버드본드 활성화 등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위원장 발언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주 소득심사 등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은행권 대출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연속 증가세로 7월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지난 10일 유관기관을 소집해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전문은행 비대면 주담대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재정을 풀거나 부채로 소비를 유도하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지만 상환 문제가 남기 때문에 과도하게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자산소득이 높지 않은 취약계층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갑자기 가계대출을 줄이면 또 어려워져 적정 수준에서 한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서는 만 34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초장기 만기 주담대가)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