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빈익빈 부익부] 건설사 자금조달 창구 '청약시장'도 양극화...대형사 '우량', 중소형사 '우울'

2023-08-16 08:21
연간기획 [극의 시대]
상반기, 10대 건설사와 이외 건설사 시공단지 청약경쟁률 차이 더 벌어져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소 건설사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로 청약 수요가 쏠리면서 미분양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중소 건설사는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실적 악화와 이로 인한 경영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중소 건설사들로서는 수익이 국내 주택시장에서 대부분 발생해 해외 수주, 비주택 부문을 강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는 전국 24곳으로 1만1613가구(특별공급 제외)에 대해 일반분양에 나섰다. 청약통장 16만821개가 신청하면서 평균 청약 경쟁률은 13.85대 1을 기록했다.

반면 10대 건설사 이외 건설사들이 시공한 단지는 평균 경쟁률 5.24대 1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와 그 외 건설사들 간 청약 경쟁률 차이는 2.1배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6배로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들은 청약 성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체 분양 단지 상위 10곳 중 6곳을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차지했다. 이들 단지의 1순위 경쟁률은 23.58대 1을 기록했다. 그 외 기타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5.16대 1)과 비교하면 약 4.5배 더 높았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최근 시장 환경상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브랜드 아파트는 정주 여건 등 입지적으로도 좋은 곳이 많아 수요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건설사에 대한 수요자 선호도는 지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분양한 부산 '대연 디아이엘'(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은 1206가구 모집에 1만883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5.61대 1, 대우건설과 우미건설의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은 605가구 모집에 7328명이 몰려 12.11대 1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해피투모로우 쥬디원'(중아건설)은 53가구 모집에 28명만 몰려 미분양이 발생했다.

광주에서도 '상무센트럴자이'(GS건설)가 704가구 모집에 8400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11.93대 1을 기록한 반면 광주 상무역 골드클래스(보광종합건설)는 191가구 모집에 43명만 청약했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벨루미체 첨단(성암토건)도 57가구 모집에 청약이 17건에 그쳤다.

수주 실적에서도 중소 건설사와 대형 건설사들 간에 양극화 현상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자료에 따르면 상위 1~50위 기업은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1조원을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했다. 하지만 51~100위 기업은 1년 전보다 계약액이 27.9%, 101∼300위 기업은 20.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시 양극화는 물론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한 안전관리 비용 증가 등 중소 건설사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중소 건설사로서는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이 발생하고 가격을 내리면 적자가 발생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데드캣 바운스'일 가능성도 있어 어느 시점에 반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