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포스코, 韓 배터리업계의 中 공장 온쇼어링 앞장…美 시장 겨냥"

2023-08-13 17: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포스코가 한국 배터리업계의 중국 공장 온쇼어링(국내 귀환)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13일 이경섭 포스코 이차전지소재사업추진단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전 세계 배터리업체들의 공급망 재구축 노력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역시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의 중국 중심 공급망을 벗어나 새로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IRA는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기차 1대당 지원되는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 및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하고, 양극재 등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한다.

이 단장은 포스코가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공급망 구축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어떤 것도 중국에서 생산하거나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시장을 위해 필요한 니켈은 호주에서 조달해서, 한국 공장에서 정련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등 한국 주요 배터리업체들은 광물 확보 및 정련 등에서 여전히 중국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만큼 청정 기술에 필요한 여러 광물에 대해서도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단장 역시 중국이 니켈, 흑연 등 광물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업체들은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탈피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적으로도 엄청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연이어 미국 내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주 세계 1위 코발트 생산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5월에 화유코발트와 양극재와 음극재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6월에는 중국 CNGR과 포항에 1조5000억원 규모의 니켈·전구체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중국 공장 온쇼어링은 점차 빨라지는 모양새다. 이와 맞물려 중국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4개월 간 중국 배터리 관련업체 5곳이 IRA 규정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 총 40억 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UBS 서울 지점의 팀 부쉬 배터리 애널리스트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항상 중국업체들과 협력을 해왔다"며 "지금 차이점은 합작업체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배터리 생산 합작업체들의 지분에 있어 중국업체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줄 것인지가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세계 어디에서도 중국업체가 대주주인 업체가 IRA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