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빗장에···포스코, 리튬·구리 확보 안간힘

2023-08-01 05:55
칠레·볼리비아 등 국유화·정부 관리
포스코홀딩스 '추가 염호 확보' 비상
포스코인터내셔널, 구리 공급 부족
공급망 확대·국내 업체 지분투자키로

포스코가 주요 광물 부국의 '자원 민족주의'에 가로막혀 배터리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국가가 광업권을 민간에 판매하지 않기로 해 염수 리튬은 추가 확보가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구리 공급 부족 사태가 예상되자 포스코는 서둘러 조달처 다변화와 관련 기업 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염수 리튬을 위한 추가 염호 확보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이 빗장을 걸기 시작하며 염수 리튬 사업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육상에서 나오는 리튬보다 염수에 추출하는 리튬은 수익성이 높아 추가 염호 확보는 포스코의 중장기 전략에서 핵심으로 꼽혔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매출 대비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비율은 염수 리튬이 가장 높고, 이어 광석 리튬, 비전통 리튬(점토 리튬 등) 순이다. 

칠레는 광업권을 민간에 팔지 않고, 정부가 직접 관리하게 되면서 현지에서의 염수 리튬 사업은 불가능해졌다. 볼리비아는 최근 리튬 관련 사업을 완전히 국유화해 현재 민간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없다.

포스코홀딩스는 대체 조달처 확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경섭 포스코홀딩스 2차전지소재사업팀장은 지난 24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칠레와 볼리비아 대신 호주와 북미 지역의 광석 리튬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고민은 구리 확보다. 최근 지정학적 이유로 구리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올해 전 세계에서 구리 공급 부족분이 11만4000t(톤)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같은 배터리 동박 업체에 구리를 납품하고 있다.

세계 1·2위 구리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는 이상 기후로 구리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다. 페루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구리 수송로까지 막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페루의 구리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30% 이상 줄 거라고 내다봤다.

또 칠레는 광업세를 높이기로 하면서 구리 채굴·제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구리 관련 업체들은 중남미 대신 호주와 캐나다, 몽골 등으로 눈을 돌려 투자 계획을 바꾸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구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올해 안에 국내 구리 가공 업체 A사에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또 북미와 유럽 등으로 구리 조달처를 확대하고, 2026년까지 구리 생산 거점을 해외에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새로운 광산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실제 리튬과 구리 생산까지 20년이 걸릴 수 있다"며 "현재 2030년까지 5000만t의 구리가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데 포스코도 속도전을 펼쳐야 배터리 원료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는 포스코 [사진=포스코홀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