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칼럼] K-방산 수출 열기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들
2023-08-13 05:00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산업을 전략 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고 공언했다. 국방부가 올해 초 발간한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7~2021년간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으로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규모인 173억달러 실적을 2022년에 달성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호주 군 현대화 사업 ‘랜드 400 3단계 사업(Land 400 Phase 3)’의 우선협상 대상기종으로 선정된 것은 K-방산의 새로운 쾌거이지만 방산 수출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여러 불편한 진실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선 국내 방산 육성을 위한 혁신, 방산 수출의 특수성, 군사외교 역량 제고,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국내 방산 환경의 혁신 없이 국내 방산 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이 선정된 것은 지금까지 수출에 성공한 K-방산 무기체계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수출하는 대부분의 무기체계는 이미 우리 군에 전력화되었거나 전력화가 예정된 장비이다. 그러나, 레드백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투자하여 호주 수출을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무기체계의 경우 국가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레드백이 만약 호주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면 기업의 투자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우리 군사력 건설의 혁신적인 변화와 함께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 역량 제고를 위해서는 수출을 위한 기업들의 자체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국가간 군사적 신뢰관계 증진을 위한 군사외교 역량 제고가 시급하다.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아시아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협력센터에 가입하고 사이버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시킨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군사외교가 과거 관행적인 국가간 인적 및 정책적 교류를 넘어서 군사전략 분야에 있어서 전략적 파트너쉽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호주 정부는 지난 5월말 공개된 ‘국방전략보고서(DSR)’ 권고에 따라 장갑차 구매를 기존 450대에서 129대로 축소하고, 자주포 추가 도입을 취소했다. 수출 대상 국가 및 지역의 군사전략적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부재한 방산 수출 전략은 결실을 맺기 어려운 상황이 이미 도래했다.
넷째,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확장시켜야 한다. 무기 수출을 위해서 수출국이 금융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오래된 관행이다. 무기 수출 계약에 따른 절충교역(offset) 의무 이행 방안으로 기술 이전, 현지 생산을 넘어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에게 보다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 금융 패키지 제공의 경우는 단순히 국간 간 차관이 아닌 국간 간 새로운 경제적 투자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경제협력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정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영리더'(한국 대표) ▷국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의원연맹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