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단장 보직해임 의결

2023-08-08 17:12
"지시사항 불이행은 중대한 군기문란"

7월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졌다. 사진은 이날 유족들의 동의로 공개된 채 상병의 영정사진. [사진=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상관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선 보직해임됐던 박모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8일 정식 해임됐다.
 
해병대는 이날 해병대사령부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을 심의위원장으로 하는 보직해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어 박 대령에 대한 보직해임을 의결했다.
 
심의위는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 이첩 시기 조정 관련 사령관 지시사항에 대한 수사단장의 지시사항 불이행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라며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의결 전 보직해임의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수사단장의 직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돼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명시했다.
 
앞서 해병대는 박 대령에 대한 보직해임심의위를 열지 않고 선 보직해임했다.
 
군인사법은 ‘해당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됐을 경우’ 보직해임심의위를 거쳐 보직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순서를 바꿔 보직해임 후 보직해임심의위 의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군인사법은 보직해임심의위에서 해임이 의결된 경우에도 이후 30일 이내에 인사소청심사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이번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 보고서를 결재까지 끝냈다.
 
하지만 이 장관은 같은 달 31일 돌연 해병대에 언론 브리핑과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 경찰에 공개할 내용에서 책임자 범위와 혐의 사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령은 이달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보고서를 이첩했고, 국방부는 같은 날 오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했다.
 
국방부는 이와 동시에 수사단장 A대령을 보직 해임했으며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보다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채 상병 사망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 명단에서 임성근 1사단장, 박상현 1사단 7여단장을 제외하라는 지시가 해병대 수사단에 전달됐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이른바 ‘윗선 개입 의혹’에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 장관이 귀국하기 전 경찰에 이첩을 시도했기 때문에 군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해병대 수사단 측 변호인은 국방부가 이첩을 결정했다가 나중에 수정 명령을 내렸는데, 이 수정 명령은 문서화된 명령이 아니어서 항명 혐의는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이 수정 명령은 주요 혐의자의 혐의 사실을 뺄 것과 이첩 시기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우크라이나 순방 이후로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