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투자하는 ETF 비중 40% 넘어...증시 변동성 더 키운다

2023-08-08 18:05

[자료=한국거래소]


이차전지, 초전도체 등 테마주들이 증시를 떠받치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테마형 상품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ETF 자금 유출입으로 인해 테마형 ETF가 담고 있는 테마주 주가도 급등락하는 등 증시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외 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68조17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57%를 차지했고 테마형 ETF는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테마형 ETF 비중은 31%, 지난해 말 39%로 커지면서 테마형 ETF 인기에 힘입어 비중이 확대됐다.

테마형 ETF는 특정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으로 구성된 ETF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 전기차, 태양광 등 테마형 ETF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면서 해당 ETF 성장세가 가팔랐다. 올해 들어서도 이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반도체 등 테마형 ETF 9개가 신규 상장됐다.

테마형 ETF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 수익률은 대표지수 ETF보다 못하다. 테마형 ETF는 해당 테마가 약세를 보이면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연초 이후 ETF 성과를 살펴보면 올해 코스닥 지수 상승세에 힘입어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들이 수익률 상위를 휩쓸었다. 1위와 3위를 제외하고는 연초 이후 코스닥150선물 또는 코스닥150을 기초지수로 하는 ETF가 상위권에 올랐다.

테마형 ETF가 급성장하면서 개별 종목은 펀더멘털이 아닌 ETF 자금 유출입에 의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테마주 위주로 급등한 주식시장이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테마형 ETF가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ODEX 철강은 연초 풍산 비중이 6.28%였지만 이날 기준 5.58%로 줄었다. 남선알미늄도 2.14%에서 2.06%로 감소했고 한국철강은 0.92%에서 0.75%로 변동됐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로 잡힌 기관 자금도 소폭 빠져나갔다.

기관 자금이 늘어난 종목도 있다. 지난 4월 상장한 뒤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반도체소부장Fn' 등 반도체 소부장 ETF에서 비중이 커지자 리노공업도 금융투자 기관 자금이 400억원 넘게 증가했다. 리노공업 외에도 원익IPS, LX세미콘 등 종목은 테마형 ETF 상장 이후 ETF를 통한 자금이 순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마가 약세일 때는 높은 지분율을 가진 ETF발 자금 순유출이 하락 변동성을 더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최근 주목받는 테마형 ETF가 보유한 소형주에 접근할 때는 이와 같은 영향력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테마형 ETF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 간 ETF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표지수 ETF가 이미 대부분 시장에 출시된 상황이고 최근 테마주 쏠림이 심해지면서 시장 상황에 맞춘 테마형 ETF가 나오고 있다"며 "투자자 수요를 충족하고자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