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우리카드, 대출사업 '극과 극' 행보…향후 수익성 갈린다

2023-08-08 15:02
6월 신규 취급액 5045억 대 541억

현대카드와 우리카드가 카드사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대출 영역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매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취급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반면, 우리카드는 급감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양사의 상이한 사업환경이 대출 흐름을 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6월 카드론 신규 취급량은 5045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의 같은 기간 카드론 취급액이 541억100만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우리카드의 카드론 취급액이 3159억8100만원으로 현대카드(2820억1300만원)를 앞섰지만, 불과 반년 사이 흐름이 완전히 역전됐다. 이후 현대카드는 2월 3443억1900만원, 3월 3995억4200만원, 4월 4033억5100만원, 5월 4397억7800만원 등으로 카드론 취급액 규모를 빠르게 키워나갔다.
 
반면, 우리카드는 올 들어 지난 3월(3078억4300만원→3551억4600만원)을 제외하면 매달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2분기 들어선 월 감소 폭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눈에 띄게 커졌다.
 
업계에선 양사의 카드론 흐름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타사의 경우 전체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매월 조금씩 실적 변동은 있으나,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일례로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은 1월 6933억2200만원, 2월 7006억200만원, 3월 7147억9400만원, 4월 7546억6900만원, 5월 8149억2000만원, 6월 7361억2800만원으로 내내 일정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카드의 1월과 6월 카드론 취급액도 각각 6918억1900만원, 6496억4100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
 
여기엔 양사의 서로 다른 사업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카드는 작년까지 대출사업에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형성된 금리 급등기에 카드론을 공격적으로 늘리면 추후 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판단이 반영됐다.
 
이후 올 1분기 대손비용(629억원)이 작년 1분기(795억원)보다 21%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기조를 바꾼 건, 추가 수익을 확보하려면 대출 영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카드는 그간 수익 창출을 위해 카드론을 적극적으로 취급해왔지만, 이로 인해 자본 적정성 기준인 레버리지 비율이 업계 최상위 수준(6.7배)까지 높아졌다. 카드론을 줄이면 이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룹 내 전사적으로 자산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에 두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로 인해 추후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및 비용 효율화를 통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독자카드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본업 경쟁력도 함께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