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아파트 우려 높아지는데... '계약해지권' 등 실효성 논란은 여전
2023-08-06 17:10
철근 누락' LH 계약해지 신청 12건… 공정위, 하도급법 위반 여부 조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당정이 손해배상은 물론 계약 해지권 부여 등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기준이나 요건이 확정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입주자가 원하는 만큼 손해배상이나 제한 없는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며 국토교통부와 LH는 철저한 안전진단과 보강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공공 아파트 단지 시공사들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6일 LH에 따르면 LH 15개 아파트 단지에 철근 누락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2일까지 나흘간 계약 해지 신청이 12건 접수됐다. 12건 모두 임대주택으로 입주 예정자가 8건, 현재 거주 중인 입주자가 4건 신청했다. 다만 계약 해지 사유가 철근 누락인지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분양주택 입주예정자가 계약 해지를 신청한 것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번에 당정이 내놓은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 해지권 등이 분양 주택 재산권 보호를 위주로 한 것이어서 문제가 된 단지 중 상당수인 임대주택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분양 주택도 손해배상과 계약 해지, 계약금 환불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민간 아파트 부실시공 건에도 계약 해지권 등이 적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무량판 공법을 적용해 지은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부실공사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김인만 소장은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에서 부실공사가 밝혀지면 피해 범위가 막대해져 관련 특별법을 만든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토부와 LH가 철저하게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보강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려를 더 불식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현재 LH가 부실시공을 지적한 15개 공공 아파트 단지에 대해 시공사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로 하고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H가 공개한 15개 철근 누락 단지 시공사 명단에는 대보건설, 대림(DL)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양우종합건설, 효성중공업, 대우산업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일부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앞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